<파친코>에서 이삭 역을 연기한 배우 노상현과 5분만 이야기를 나눠봐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생각을 오래 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감정적 동요가 크지 않다는 것. 무엇보다 이삭이라는 인물에 매우 가깝다는 것. 그리고 그와 1시간을 이야기했을 때 알게 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좌) 진한 네이비 레더 블루종, 1927 시그니처 티셔츠, 수영복 겸용 프린트 쇼츠, FERRAGAMO MEN. (우) 코튼 프린트 셔츠, 쇼츠, 리버서블 버킷 해트, 간치니 오너먼트 화이트 스니커즈, 레더 트리밍 1927 시그니처 토트백, FERRAGAMO MEN.
(좌) 진한 네이비 레더 블루종, 1927 시그니처 티셔츠, 수영복 겸용 프린트 쇼츠, FERRAGAMO MEN. (우) 코튼 프린트 셔츠, 쇼츠, 리버서블 버킷 해트, 간치니 오너먼트 화이트 스니커즈, 레더 트리밍 1927 시그니처 토트백, FERRAGAMO MEN.

WWD KOREA(이하 WWD) 라디오에서 우연히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처럼, 일상에서 갑자기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NOH SANG HYUN(이하 STEVE) 최근에 올리브 나무를 샀다. 꽤 크다. 식물을 키우는 건 처음이다. 누워서 식물 보며 노래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WWD 그럴 때 듣는 음악은 뭔가? STEVE 최근에 알게 된 좋은 노래가 있다. 전진희의 ‘Breathing in January’라는 곡이다. 앨범 이름이 <Breathing>이고, 앨범은 ‘Breathing in February’, ‘Breathing in March’ 등 1월부터 12월까지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92914의 ‘Okinawa’도 좋다. 밤에 자기 전에 들으면 편안해진다. 

WWD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뭔가? 

STEVE 최근에는 바빠서 일 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언제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다. 

WWD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STEVE 그러게 말이다.(웃음) 의미를 많이 둬야 할까? 원하는 게 덜하면 좀 더 쉽게 만족하지 않을까. 최대한 덜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일적인 면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좌) 블랙 후디드 코트, 진한 네이비 팬츠, 간치니 오너먼트 모카신, FERRAGAMO MEN. (우) 채도 높은 블루 풀오버, 네이비 팬츠, 간치니 오너먼트 블랙 스튜디오 백, FERRAGAMO MEN.
(좌) 블랙 후디드 코트, 진한 네이비 팬츠, 간치니 오너먼트 모카신, FERRAGAMO MEN. (우) 채도 높은 블루 풀오버, 네이비 팬츠, 간치니 오너먼트 블랙 스튜디오 백, FERRAGAMO MEN.

WWD 배우 데뷔 전과 후, 스스로 얼마나 바뀐 것 같나? 

STEVE 많이 바뀌었다. 바뀌지 않으려는 건 안주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두려웠던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20대 초중반에 비해서는 생각이나 행동이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WWD 두려웠던 걸 시도해본 경험은? 

STEVE 자신감이 없었던 20대 중반, 사람들이 많은 교차로에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강에서도 했다. 충동적인 건 아니었고 해야겠다고 미리 마음먹고 한 거였다. 정말 창피했다.(웃음) 그런데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내 모습이 싫으면서도 동시에 해방감과 희열,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를 돌이켜보니, 그 행동 덕분에 그 다음에 다른 용기를 낼 수 있었다. 

WWD 그 행동을 계획한 계기가 있었나? 

STEVE 친구가 “너, 사람들 앞에서 이런 거 할 수 있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 걸 왜 해?”라고 답했다. 내 안을 들여다보니 두려움이 있었다. 쪽팔릴 것 같고 창피할 것 같고 남들이 신경 쓰여서 그런 거다. 그런 생각을 없애고 싶어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WWD 어떤 인터뷰에서 <파친코> 속 좋아하는 장면으로 ‘솔로몬이 빗속에서 밴드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을 꼽은 걸 봤는데, 같은 맥락인가? 

STEVE 맞다.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그 장면 속 노래도 너무 좋았고 이어지는 장면과 분위기도 좋았다. 

WWD 연기를 하고 싶었던 처음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STEVE 거창한 목표 의식 같은 것은 없었고 재밌어 보였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하는 걸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시작했다. 그런 작은 관심에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겼고 잘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진지해졌다. 

코트, 팬츠, 모카신, 간치니 오너먼트 백팩 겸용 톱 핸들 백, FERRAGAMO MEN.
코트, 팬츠, 모카신, 간치니 오너먼트 백팩 겸용 톱 핸들 백, FERRAGAMO MEN.

WWD 작은 관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STEVE 몇 번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 작은 웹 시리즈를 찍을 때였다. 내가 킬러 역이었고 마지막 디너 테이블에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은 3명과 식사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대사도 많고 중요한 신이었는데 촬영을 급박하게 끝내야 해서 부담감이 컸다. 10분 안에 7분 길이 신을 찍어야 하는 상황으로, 한번에 오케이가 나야 했다. 테이블과 조명이 하나 있고 온통 어두웠다. 그런데 ‘액션!’ 하는 순간, 몰입이 되면서 우리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다. ‘컷!’ 소리와 동시에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왔는데 그 경험이 너무 신기했다. 그럴 때 한번씩 큰 희열을 느낀다. 뭔가 할 수 있겠다, 더 해보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 

WWD <파친코>의 이삭에 대한 평 중 “어떻게 보면 악역이 떠오르는 얼굴인데 선한 이삭 역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보니 서늘한 면이 있다. 

STEVE 맞다. 인상이 세고 날카로운 편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화났어? 표정 왜 그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가만히 생각하고 있을 때도 그런 오해를 많이 샀다. 

WWD <파친코> 시즌 1이 끝났다. 첫 에피소드가 공개됐을 때와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STEVE 처음 공개되고 반응이 좋아서 ‘너무 다행이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8화 끝날 때까지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연락도 많이 해주고 축하도 많이 해줘서 감동적이었다. 내 자신을 조금 토닥여줬다. 

입술에 생기를 부여한다. ‘립 컴포트 오일 01 허니’ 7ml 35,000원대, CLARINS.
입술에 생기를 부여한다. ‘립 컴포트 오일 01 허니’ 7ml 35,000원대, CLARINS.

WWD 촬영이 많이 힘들었나? 

STEVE 거의 마지막으로 캐스팅돼서 첫 촬영까지 2~3주밖에 없었다. 그렇게 큰 작품을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또 외국 작품이다 보니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중요한 신들이 많았다. 준비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WWD 어떤 신이 특히 어려웠나? 

STEVE 우동집 신이다. 소설에는 모든 것들이 나와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삭의 배경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이삭은 병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대사에도 나오듯이 세상을 글로 배웠다. 경험이 없고 두렵기도 하고 자신감도 없는 와중에 선자를 만난 거다. 사정이 얼마나 딱한지 들어 선자에게 조언을 하는데 강단 있게 자신의 아이는 자기가 지키겠다는 선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삭은 처음으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랑의 감정으로 시작한 프로포즈는 아니지만 ‘이 사람과 함께 하면 내 인생이 좀 더 커질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정신적 교감을 통한 프로포즈를 한다. 그런 배경이 보이지 않으면 그 프로포즈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WWD 어떻게 준비했나? 

STEVE 내가 그 순간에 살아 있을 수 있도록 최대한 이삭의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그 순간에 살아 있으면 선자의 말을 듣고 내적으로 느껴지는 에너지를 받으면서 연기하면 되니까. 다방면으로 준비만 해놓고 그 순간에는 연기에만, 사람에만 집중했다. 이 장면을 제대로 찍지 못하면 이삭의 마음, 이삭과 선자의 관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중요했다. 

WWD 이삭을 연기하면서 그 인물에 대해 애틋함을 많이 느꼈을 것 같은데 어땠나? 

STEVE 맞다. 매우 특별한 캐릭터다. 살면서 이런 캐릭터를 또 경험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별했다. 캐릭터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도 좋았다. 마음 씀씀이도 좋고, 윤리적이다. 항상 배우려 하고 도리를 지키려 하는 그 모습을 닮고 싶다. 

(좌) 크림과 젤 두 가지 텍스처를 한 병에 담은 2-in-1 하이드레이팅 크림. 강력한 식물 추출물 성분으로 남성 피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바이슨그레스, 짐네마, 센텔라 아시아티카 성분이 남성의 지친 피부에 활기를 부여하고 입체적인 얼굴 윤곽을 선사한다. ‘맨 하이드라 스컬프 리스컬프팅 퍼펙터’ 50ml 98,000원대, CLARINS MEN. (우) 매일 아침 면도를 하는 남성의 피부를 보호하고 진정시키기 위한 애프터 쉐이브. 바이슨그레스, 센텔라아시아티카, 카리테 추출물을 함유해 자극받은 피부를 깨끗이 정화한다. 피부에 오른 열기를 식혀주고 수분과 에너지, 생기를 부여한다. ‘맨 애프터 쉐이브 에너자이저’ 100ml 46,000원대, CLARINS MEN.
(좌) 크림과 젤 두 가지 텍스처를 한 병에 담은 2-in-1 하이드레이팅 크림. 강력한 식물 추출물 성분으로 남성 피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바이슨그레스, 짐네마, 센텔라 아시아티카 성분이 남성의 지친 피부에 활기를 부여하고 입체적인 얼굴 윤곽을 선사한다. ‘맨 하이드라 스컬프 리스컬프팅 퍼펙터’ 50ml 98,000원대, CLARINS MEN. (우) 매일 아침 면도를 하는 남성의 피부를 보호하고 진정시키기 위한 애프터 쉐이브. 바이슨그레스, 센텔라아시아티카, 카리테 추출물을 함유해 자극받은 피부를 깨끗이 정화한다. 피부에 오른 열기를 식혀주고 수분과 에너지, 생기를 부여한다. ‘맨 애프터 쉐이브 에너자이저’ 100ml 46,000원대, CLARINS MEN.

WWD 영상 찍으면서 책 <파친코>에서 좋아하는 구절을 꼽았는데, 이삭의 대사인가? 

STEVE 그렇다. 아들 노아에게 하는 얘기다. “네가 지금처럼만 한다면 아버지는 행복할 거야. 어디를 가든 넌 우리 가족을 대표하는 훌륭한 사람이 분명해. 학교에서건, 동네에서건, 이 세상 어디에서건, 넌 그런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은 중요하지 않아. 넌 겸손하고 성실한 아이가 틀림없어.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적에게도 말이야. 아버지 말 알겠니, 노아야? 인간은 불공정할 수 있지만 주님은 공정하시단다. 두고 보면 알 거야, 두고 보면.”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무척 종교적이기도 하고,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문구였다. 내가 적을 사랑할 수 있을까? 분명 힘들 거다. 그런데 내 감정과 달리 의무감으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불공정하지만 주님은 공정하다’라는 말도 공감이 갔다. 세상은 단편적으로는 불공평해 보인다. 어렸을 때의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커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 때 불공평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시각 외에 다른 시각이 있지 않을까 싶다. 

WWD 아버지가 해주는 말 같다고 느낀 이유가 궁금하다. 

STEVE 노아에게 이입이 됐다. 오랜 기간 혼자 생활했다. 세상을 배워가는 기반이 부모님보다는 내가 납득이 되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했고 그중 어떤 말들을 가져갈 건지 선택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확장해나갔던 것 같다. 

WWD 밴쿠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오래 혼자 생활했나? 

STEVE 밴쿠버에서는 4년, 뉴욕과 보스턴에서는 6년 정도 있었다. 힘들 때도 있었고 아닐 때도 있었는데 그건 부모님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었다. 홈스테이에 형, 동생이 많아서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서 지내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축구하러 나가고 버블티 마시고 그랬다. 자아가 생기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할 때쯤 한국에 왔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정서적으로는 미국인에 가까운데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과정 속에서 내면의 충돌도 많았다. 

남성을 위한 2-in-1 페이스 스크럽 클렌저. 엑스폴리에이팅 성분이 모공에 축적된 각질을 완화하고 피부를 깨끗이 정화하며 윤기를 선사한다. ‘엑스폴리에이팅 클렌저’ 125ml 36,000원대, CLARINS MEN.
남성을 위한 2-in-1 페이스 스크럽 클렌저. 엑스폴리에이팅 성분이 모공에 축적된 각질을 완화하고 피부를 깨끗이 정화하며 윤기를 선사한다. ‘엑스폴리에이팅 클렌저’ 125ml 36,000원대, CLARINS MEN.

WWD <파친코>는 해석의 층위가 다양한 작품이다. 본인에게 <파친코>는 어떤 이야기였나? 

STEVE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는 ‘인내’라는 주제가 와닿았다. 선자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이다. 각각의 캐릭터 모두가 다 견디고 있고 모두가 다 이유와 배경이 있다. 그런 와중에 모두가 성장해나가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WWD 또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 

STEVE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을 잃고 아들과 지하철 화장실에서 지내야 했던 주인공이 성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 감정이 잘 전달돼서 뭉클했다. 나도 항상 이겨내려고 아등바등한다. 행복감이라는 건 기쁨과는 다른 감정이고 온전한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느낄 때 가능한 감정이다. 그런 의미로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는 것 같다. 삶은 고통의 연속, 성장의 연속인 것 같다. 괴로울 때마다 왜 태어난 걸까, 고통받으려고 태어난 걸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WWD 모두가 각자의 특별함이 있다. 자신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나? 

STEVE 이런 생각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이삭이라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WWD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작품을 촬영 중인데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고 싶나? 

STEVE 어떤 작품이 나에게 올지 모르니까 기대나 예측은 조금 조심스럽다. 다양하게 도전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변해야 되니까. 내게 이삭의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니까. 아마 예능에서는 이렇게 얌전하지 않을 거다.(웃음)

 

 

크레딧 
Editor: An Young Hwan / 에디터: 안영환 
Photographer: Hyea W. Kang / 포토그래퍼: 강혜원 
Film Director: Roh Jin / 영상: 노진 
Stylist: Choi Jin Young / 스타일리스트: 최진영 
HAIR&MAKE UP: Lee Eun Hye / 헤어&메이크업: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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