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금, 조개껍데기.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그 여느 물질과 같이 절대적 내재 가치는 없지만, 사람들의 ‘합의’에 따라 해당 물품이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대에는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사용됐지만 누구도 그 화폐적 가치를 믿지 않는 현재, 조개껍데기는 자연물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마찬가지로 세상 모든 사람이 지폐가 화폐 적 가치를 내포하지 않는다고 믿는 순간 지폐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종잇조각에 불과하게 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가치는 그 기술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에 따라 결정된다. 블록체인, 웹 3.0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러한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의 정의를 확장 및 구체화시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선구자가 있다. 갤러리엑스(GallerieX)는 웹 3.0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디자이너,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함께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실행한다. 당사의 ‘넥스트 (NEXT)’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견고한 로컬 및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전 세계에 위치한 선구자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며 최고 수준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한다. 지난 9월, 코리아와 갤러리엑스는 예술 전 분야에 걸쳐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 “넥스트” 나이트 아웃의 최종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했다. 이에 심사위원으로 디지털 패션의 선구자로 불리는 3인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웹 3.0 과 창조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갤러리엑스의 공동 설립자 에릭 고 (Eric Ko)와 3인이 나눈 대화를 전한다.

왼쪽부터 아티팩트 공동 설립자 겸 나이키 브랜드 앤 파트너십 시니어 디렉터 브누아 파고토, 룩소와 더 디머티리얼라이즈드 설립자 마조리 헤르난데즈, 갤러리엑스 공동 설립자 에릭 고. / Portrait by Lee Yong Hee
왼쪽부터 아티팩트 공동 설립자 겸 나이키 브랜드 앤 파트너십 시니어 디렉터 브누아 파고토, 룩소와 더 디머티리얼라이즈드 설립자 마조리 헤르난데즈, 갤러리엑스 공동 설립자 에릭 고. / Portrait by Lee Yong Hee

ERIC KO(이하 ERIC) 기존의 패션, 아트, 창조 산업의 고정관념을 깨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여러분을 <WWD>코리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BENOIT PAGOTTO(이하 BENOIT) <WWD> 코리아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나는 디지털 패션 브랜드 아티팩트(RTFKT)의 공동 설립자 겸 나이키의 브랜드 앤 파트너십 시니어 디렉터 브누아 파고토(Benoit Pagotto)라고 한다.

VIKA MELNIKOVA(이하 VIKA) 나는 드레스엑스(DRESSX)의 크리에이터 릴레이션십 및 NFT 프로젝트 디렉터 비카 멜니코바(Vika Melnikova)라고 한다.

MARJORIE HERNANDEZ(이하 MARJORIE) 난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조리 헤르난 데즈(Marjorie Hernandez)라고 한다. 나는 두 개의 벤처를 설립했으며 그중 하나 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인 ‘룩소(LUKSO)’, 나머지 하나는 디지털 패션 및 상품 마켓 플레이스인 ‘더 디머티리얼라이즈드(The Dematerialized)’이다. 이제는 수백 년도 더 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더 디머티리얼라이즈드의 첫 상품을 브누아와 함께 작업했다. 더 디머티리얼라이즈드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마 켓에 들어와 돈을 벌고 IP를 만들 수 있는 권 한을 주는 플랫폼을 실현하는 것이다.

ERIC 모두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와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서 창조하는 방식은 견고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에 핵심 요인이다.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업계 리더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 사회와 교류하고 서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BENOIT 예전에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시 오게 되어서 기쁘다. 한국은 첨단 기술과 문화를 적절하게 조합할 수 있는, 많지 않은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인재들도 아주 많다 보니 앞으로도 멋진 작업을 계속해서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MARJORIE 서울은 최근 들어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원래는 35번째 생일에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팬데믹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오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브누아와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문화와 트렌드가 확실히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달되고 있다. 서울의 크리에이터들도 멋진 작업을 하고 있어 눈여겨보고 있다.

ERIC 디지털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브랜드와 비즈니스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창의적인 에너지가 패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첨단 기술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MARJORIE 정답은 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웹 3.0과 같은 첨단 기술로 인해 지정학적 경계의 필요성이 낮아졌다. 우리는 누구든지 예고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이런 시기에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웹 3.0은 서로 영감을 주고 독특한 미적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훌륭한 전통이 많지만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고 때로는 혁신을 멈추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세상의 다른 곳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VIKA 동의한다. 인터넷과 웹 3.0은 지정학을 초월한다. 웹 3.0상에서 행하는 창조 작업은 기존의 방식을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서 창조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갤러리엑스를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ENOIT 창의적인 에너지가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한국이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우리가 한국에서 창조해내는 콘텐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K-팝의 영향력이 대단하고 한국의 웹툰, 애니메이션과 같은 분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는 서양권보다 동양권이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내고 이끌어간다. 나는 오래전에 싱가포르에서 살았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모든 것이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RIC 창의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한국의 다 음 세대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BENOIT 영어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 영어 실력이 훌륭하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사용하는 이유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함이다. 물론 예술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시각적으로 새롭게 대화하는 방법을 계속 탐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놀랍도록 기술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기술 사용에 대한 숙련도가 높을수록 콘텐츠를 더욱 다채롭게 선보이고 작품 내 더 많은 요소들에 대한 자유를 갖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직원을 채용 중이라서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 나에게 연락을 해도 좋다. 트위터 메시지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가끔 확인이 늦을 수도 있지만 전부 다 보고 있으니 연락해주길 바란다.

VIKA 진보적인 자세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뜻을 함께한 사람들과 이룰 수 있다. 각자의 개성이 결국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포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속한 문화 안에서 진정성을 가진다면 반드시 세상에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Edits by Park Min Jee

Portrait by Lee Yo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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