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컬렉션, 유명인 캠페인, 홍보대사 없이도 흥미로운 컬렉션을 선보여 온 드리스 반 노튼. 그가 3월 19일 화요일 38년의 여정을 뒤로하고 패션계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을 때 패션업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이 될 파리 패션 위크를 앞두고 새로운 젊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비전을 브랜드에 반영할 기회를 줄 때가 되었다고 말했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지난해 WWD가 그를 2023년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하기 전 인터뷰에서 연예인 중심의 패션계 트렌드를 비판해왔으며, 그의 패션쇼는 항상 옷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도 그가 꼽는 탑 10 쇼는 2005년에 열렸던 그의 50번째 쇼. 100명 정도의 게스트를 초대해 연회 테이블을 준비했고 그 테이블은 곧이어 런웨이 쇼로 변모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가 2007년에 오픈한 파리 매장은 골동품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패션 위크 동안 필수 방문지가 되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작품은 다양한 체형과 스타일에 맞춰진 것으로, 그의 디자인은 항상 창조적인 영혼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스팽글, 깃털, 거대한 꽃 장식을 사랑했으며, 각 컬렉션은 여성들에게 자유롭고 두려움 없이 옷을 입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의 의상은 "누가 만들었는지"를 묻는 이들에게 간단히 “드리스”라고 대답하게 만들었다.

2014년 장식미술 박물관에서 열린 드리스 반 노튼 전시회 <Dries Van Noten Inspirations>는 그의 런웨이 컬렉션을 그가 영감 받은 미술,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자료와 연결하여 그의 정신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전시로 파리에서 선보인 가장 화려한 패션 전시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의 천재성은 모든 각도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4년 S/S 컬렉션을 위해 장식미술 박물관의 영구 컬렉션에 속한 1889년의 자수 새틴 직물을 모티브로 한 튤립 패브릭 제작을 의뢰했다. 완성된 직물은 앞면만큼이나 뒷면도 아름다워서 민소매 코트에 사용했었다.

그는 수 년 동안 재즈 뮤지션, 얼음에 갇힌 꽃, 뮤직 페스티벌이 떠오르는 런웨이 러그 그리고 비요크, 데비 해리, 데스티니스 차일드, 코트니 러브 같은 상징적인 아카펠라 목소리가 담긴 사운드트랙으로 패션쇼를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왔다.

드리스 반 노튼은 은퇴에 앞서 마지막 컬렉션이 될 6월 남성 컬렉션을 앞두고 있다. 그 이후에는 자문 역할로 전환하고 후임자가 지명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은퇴에 대해 “그동안 못해온 모든 것에 집중하고 싶다”며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의 삶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큰 성취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