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소비 위축 속 변화하는 뷰티 업계의 가격 전략

-관세 인상과 소비 둔화 속, 인상과 인하로 갈라진 브랜드의 가격 대응 -‘납득 가능한 가격’을 근간으로 한 소비자 가치 판단의 진화 -프로모션 다변화와 유통 전환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생존 전략

2025-10-30     유승현 에디터
©Evangeline Sarney

관세 인상과 소비 심리 둔화가 겹치며, 뷰티 업계의 가격 전략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복잡해진 유통 구조, 그리고 과열된 프로모션 경쟁이 맞물리면서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뷰티 스탯의 대표 제품인 유니버설 C 스킨 리파이너(Universal C Skin Refiner). ©BeautyStat

먼저 E.l.f. 뷰티는 올해 전 제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1달러 인상했다. 타랑 아민(Tarang Amin) 대표는 “가격 조정 사실을 고객 커뮤니티와 투명하게 공유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이는 관세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맞춘 공급망 효율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뷰티스탯(BeautyStat)은 올해 초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전반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대표 제품인 ‘유니버설 C 스킨 리파이너(Universal C Skin Refiner)’는 기존 80달러대에서 62달러로 낮췄다. 창립자 론 로빈슨(Ron Robinson)은 “할인 기간에만 구매가 몰리는 현상을 보고, 상시 구매 가능한 가격대를 설정했다”며 “그 결과 제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피 케어 브랜드 주피터의 제품들. ©Jupiter

두피 케어 브랜드 주피터(Jupiter)는 유통 채널 자체를 바꿨다. 온라인 중심에서 대형 유통사 타깃(Target)과 협업해 매스 시장으로 확장하며 가격 구조를 재설계한 것이다. 공동 창립자 로스 굿하트(Ross Goodhart)는 “기존 9.5온스 25달러 제품을 14온스로 늘리고 가격을 15달러로 내렸다”며 “소비자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미엄 두피 솔루션을 찾는 대중 시장 고객층을 위해 수년간 원가 절감과 포뮬러 개선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제프 린드퀴스트(Jeff Lindquist)는 현재를 ‘새로운 볼륨의 시대(New Volume Reality)’라고 정의한다. “2019년 이후 소비재 전반의 가격이 평균 30% 올랐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점유율을 지키는 전략이 중요해졌죠.” 그는 “브랜드들이 용량과 포맷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가격을 방어하고,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납득 가능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서커나(Circana)의 라리사 젠슨(Larissa Jensen)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 사이를 오가는 경우는 드물다”며 “스킨케어는 프리미엄 브랜드 안에서도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으로 이동하는 반면, 향수는 고농축·럭셔리 제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시장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뷰티 업계는 아직 관세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체감하는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유통 채널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며, 브랜드들은 아마존(Amazon)이나 틱톡숍(TikTok Shop)처럼 ‘가성비’를 내세운 플랫폼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직접적인 가격 인하 대신 리테일 파트너와의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 효과를 주는 방식을 택한다. 최근 브랜드 뉴스레터를 통해 발송되는 할인 정보가 잦아지고, 할인 폭이 커진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들은 일괄적인 세일 대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만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제프 린드퀴스트는 “이제는 모든 고객에게 같은 쿠폰을 뿌리기보다, 구매 의사가 높은 사람에게만 맞춤 제안을 한다”며 “제품 혁신도 단순한 성분 개선이 아니라, 리필·미니 사이즈·멀티유즈 제품 등 ‘가치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뷰티 시장은 단순히 가격을 올릴지, 내릴지 결정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이 가격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설득의 기술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