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스탠리가 말하는 패션 70억 달러 클럽

-글로벌 패션 시장, 70억 달러가 ‘규모’의 기준선 -나이키 3.5%로 1위, 애버크롬비 앤 피치·온러닝이 차세대 성장주로 -언더아머, 도매 의존·여성 고객 부재로 성장 한계

2025-10-31     유승현 에디터
나이키와 스킴스가 협업해 선보인 나이키스킴스 컬렉션. ©Nike

패션 업계의 ‘빅 리그’는 매출 70억 달러(약 9.6조 원)를 기점으로 나뉜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애널리스트 알렉스 스트래튼(Alex Straton) 은 “글로벌 의류·신발 시장은 극도로 분절돼 있으며, 최대 기업조차 소매판매 기준 3% 남짓의 점유율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전체 기업의 70% 이상이 10억 달러 미만 매출에 머무는 가운데, 70억 달러를 돌파한 브랜드는 규모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 ‘스케일드 비즈니스(Scaled Business)’로 구분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Nike) 가 3.5% 점유율로 1위, 뒤이어 인디텍스(Inditex) 2%, 아디다스(Adidas) 1.8%,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 1.2%, 에이치앤엠(H&M) 1.2%, 쉬인(Shein) 1.2%, 갭(Gap) 0.9%, 안타(Anta) 0.8%,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0.7%, 브이에프코퍼레이션(VF Corp.) 0.6% 순이었다. 이들은 서구 시장을 기반으로 하되, 국경을 넘는 확장력과 D2C(Direct-to-Consumer) 전략, 멀티 브랜드 포트폴리오, 그리고 깊은 헤리티지를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알렉스 스트래튼은 애버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와 온러닝(On Running)을 차세대 스케일업 브랜드로 꼽았다. 애버크롬비 앤 피치는 이미 51억 달러 규모 매출을 기록하며 대부분의 성장 요건을 갖췄지만, 본국 외 시장 확장과 의류 외 상품 다각화가 과제로 남았다. 반면 언더아머(Under Armour)와 갭 그룹(Gap Inc.) 은 매출 규모 대비 성장 탄력이 부족했다. 특히 언더아머는 의류 중심 포트폴리오, 높은 도매 비중, 여성·Z세대 고객과의 약한 접점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됐다.

이제 ‘규모’는 최근 패션 산업 전반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케어링(Kering)은 신임 CEO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체제하에 뷰티 부문을 로레알(L’Oréal)에 약 40억 유로에 매각하며 포트폴리오를 정비했고, 어센틱 브랜즈 그룹(Authentic Brands Group)은 320억 달러 규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000억 달러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피스트리(Tapestry) CEO 조앤 크레보이저랫(Joanne Crevoiserat) 역시 코치(Coach)를 56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의 리디자인을 추진 중이다.

“우리는 이제 ‘가방을 또 살 사람’이 아니라, ‘가방을 살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시장으로 본다.” 조앤 크레보이저랫의 말은 시장을 새로 정의하려는 패션 산업의 관점 전환을 상징한다.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의 글로벌 점유율은 0.6%에 불과하지만, 19억 명의 잠재 고객을 향한 시야가 새로운 ‘스케일의 시대’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