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찰스 3세 이니셔티브와 함께한 아풀리아 재생면 첫 수확
- 한 송이 면화가 바꾸는 패션의 미래, 아르마니 아풀리아 프로젝트 - 찰스 3세 이니셔티브와 함께한 아르마니, 아풀리아 재생면 첫 수확 - 토양부터 티셔츠까지…아르마니, 재생 농업으로 패션 혁신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이 이탈리아 남부 아풀리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아풀리아 재생면 프로젝트(Apulia Regenerative Cotton Project)’의 첫 결실을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토양을 회복시키고 생태계를 되살리는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의 개념을 패션 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시도다.
아풀리아는 중세 시대부터 면화를 길러온 지역으로, 따뜻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농업의 전통이 깊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면화 재배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아르마니 그룹은 이 땅에 다시 씨앗을 뿌렸다. 지역의 농부들과 연구 기관, 장인들이 손을 맞잡고 토양의 생명력을 되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나무와 작물을 함께 심는 혼합 농법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화학 비료의 사용을 줄이며, 물 순환이 가능한 생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자라난 첫 면화는 ‘회복’을 상징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아풀리아 재생면 프로젝트'는 2023년 찰스 3세 국왕이 창립한 ‘지속가능시장 이니셔티브(Sustainable Markets Initiative, SMI)’의 패션 태스크포스, 그리고 ‘순환생물경제연합(Circular Bioeconomy Alliance)’과 함께 시작한 장기 연구 프로그램이다. 신임 CEO 주세페 마르소치는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토양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며 “아르마니의 철학이 단순히 옷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 결실 중 하나는 재생면으로 만든 첫 조르지오 아르마니 티셔츠다. 지난 7월 매장에 출시된 이 티셔츠는 시즌 내 다른 제품보다 빠르게 판매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르소치는 “이 제품은 단순한 티셔츠가 아니라 연구와 협력, 그리고 책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이 옷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이 왜 중요한지 설명할 수 있도록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
지속가능성 총괄 안드레아 카메라나는 “고(故)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 프로젝트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과 기대를 쏟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SMI 패션 태스크포스 의장 페데리코 마르케티 역시 “그는 언제나 미래를 보는 시각이 앞서 있었다”며 “재생 패션과 함께 디지털 여권(digital passport)을 도입해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완전한 투명성을 구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로 생산된 모든 면화는 디지털 여권을 통해 원산지와 공정이 추적 가능하도록 관리된다.
현재 아풀리아의 실험 농장은 해마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1헥타르의 땅에서 2,400킬로그램의 면화를 수확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3헥타르에서 3,000킬로그램, 2025년에는 5헥타르에서 5,000킬로그램을 수확했다. 이 면화로 제작된 다음 시즌 제품은 2026년 가을에 선보일 예정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은 이탈리아 내에서 면화 탈곡(진닝), 방적, 직조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순환형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현재 시칠리아의 장인들과 협력해 기술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1년 발표된 아르마니 그룹의 지속가능성 전략 ‘People, Planet, Prosperity(사람, 지구, 번영)’의 핵심을 보여준다. 사람과 환경, 그리고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브랜드는 패션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마르소치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와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며 “이탈리아산 첫 재생면이 패션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패션은 이제 아름다움의 상징을 넘어, 변화의 언어가 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풀리아 프로젝트는 옷이 단순히 ‘입는 것’을 넘어 ‘지구를 돌보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송이 면화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패션의 미래를 천천히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