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에서 갤러리로, 칼하트 WIP ‘액티브 재킷’ 50주년 전시

- 50년의 스트리트 문화를 설치 작품으로 재구성한 칼하트 WIP 전시 - ‘액티브 재킷’, 테이트 모던에서 새로운 의미를 입다

2025-11-11     김다영 에디터
칼하트 WIP의 설치 전시 ‘Sedimental Works’. 사진 OPHELIE_MAURUS

지난 50년간 스트리트 컬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온 칼하트 WIP의 아이코닉 ‘액티브 재킷’을 파리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일-스튜디오(Ill-Studio)가 추상적 시각 언어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칼하트 WIP가 ‘액티브 재킷’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테이트 모던 지하 공간을 점령한 설치 작품 ‘Sedimental Works’를 공개했다. 재킷을 둘러싼 감정·기억·문화의 층위를 시각·청각·공간으로 풀어낸 몰입형 전시다.

세대를 아우르며 스트리트웨어 팬들의 ‘워드로브 필수템’으로 자리 잡아온 액티브 재킷은 헤비웨이트 캔버스, 탄탄한팝린 라이닝의 바디, 나일론 소매로 제작되며 왼쪽 캥거루 포켓에는 칼하트의 시그니처 ‘C’ 로고 라벨이 자리한다. 최근 미우미우 런웨이에서도 확인되듯, 유틸리티 트렌드를 재점화한 상징적인 아이템이자, 시대를 관통한 스타일 코드다.

이번 전시는 라이트·사운드·오브제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지난 50년간 재킷이 흡수해온 사회적 분위기와 감각적 상징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큐레이션은 파리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일-스튜디오(Ill-Studio)가 맡았다. 디렉터 토마 수브레빌은 재킷을 “발굴해야 할 사물”로 바라봤다고 설명한다.

칼하트 WIP의 설치 전시 ‘Sedimental Works’. 사진 OPHELIE_MAURUS

“하나의 옷에 의미가 어떻게 축적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한 의류가 인간의 제스처, 사회 변화, 미적 긴장이 기록되는 ‘아카이브’로 확장되는 과정 말이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액티브 재킷의 디자인적 실루엣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그 의미는 계속 이동해왔다고 강조한다.
워크웨어에서 스트리트웨어로, 보호의 도구에서 정체성의 상징으로, 기능적 존재에서 아이코닉 오브제로. 이 변화는 선형적 역사라기보다, 서로의 층위를 겹쳐 쓰는 비선형적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문화적 층위들은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한다. 전시는 시간의 퇴적층처럼 순간들을 동시에 배치한다. 발전의 기록이 아니라 동시성의 풍경, 모든 기억이 현재에 공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가 아니라, 관객 각자가 조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재구성’하는 공간이다. 그는 “전시는 재킷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킷을 통해 말한다”며, “불안정하고 다층적이며 다성적인 상태가 바로 스트리트 컬처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액티브 재킷이 왜 ‘타임리스 아이콘’으로 남았을까. 수브레빌은 그 핵심을 ‘일관성’에서 찾는다.

“영속성과 변화 사이의 긴장감이 수명을 만든다. 타임리스함은 완벽한 디자인이 아니라 적응력에서 나온다. 액티브 재킷은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 문화를 흡수한다. 일, 반항, 정체성, 소속감을 위한 투영의 표면이 된다. 이는 미적 생존이 아니라 심리적 생존이다.”

그에게 액티브 재킷은 이미 개인을 넘어선 ‘집단적 저작물’이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속했기에, 거의 개별성을 초월한 오브제가 됐다. 이는 다중성을 위한 유니폼이다. 유행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형태로 존재하며 지속된다. 의미는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과 경험, 시간이 만든다.”

오프닝 밤에는 서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채웠다. 실험적 첼리스트 아비 아시사, 사우스 런던의 아방가르드 싱어 클라인, 그런지·펑크·재즈·슈게이즈를 넘나드는 브릭스턴 뮤지션 우-루, 그리고 코펜하겐 출신 싱어송라이터 에리카 드 카지에가 라이브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시 공간 자체가 ‘기록물’이 아닌 ‘현장’이 되도록 만든 구성이다.

칼하트 WIP는 1994년 에드윈 페에가 설립했으며 현재 유럽·아시아·미국 전역에 100개 이상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본 브랜드 칼하트는 1889년 디트로이트에서 해밀턴 칼하트가 시작한 워크웨어 레이블로, 지금까지도 그의 후손들이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