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와 첨단산업이 이끄는 일본 증시 전망
- 확장 재정·전략산업 투자로 구조적 반등 노리는 일본 경제 - 니케이225 고점 접근 속 외국인 자금 유입과 환율 리스크 공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아베노믹스 계보를 이으며, 확장적 재정 정책, 성장산업 투자, 완화적 금융정책이라는 3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가주도의 경제안보 강화와 산업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조선, 신에너지 등 전략 산업의 집중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소식 이후 일본의 장기 금리가 오르고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주식시장에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조정장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과 여행 자제 등 보복성 조치를 유발해, 대외여건과 국내 여론 모두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11월 현재 니케이225 지수는 연초 이후 약 +26~30% 상승해 미국 S&P500(+14~17%)과 유럽 주요지수를 크게 앞질렀다. 엔화 약세,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부각되었으며, 특히 미국계 자금 등 글로벌 투자자의 일본 주식시장 유입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니케이225 종목 중 외국인 직·간접 보유 비중은 약 24.3%로 확대 추세이며,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 마루베니, 스미토모 등 5대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일본이 오랜 기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면 일본의 대표적 편의점인 로손, 패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들 편의점들을 종합상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엔화 약세와 기업 거버넌스 개혁, 미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일본의 첨단산업, 대형우량주, 저평가 부동산주, 금융주에 대한 순매수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정밀장비, 금융, IT, 부동산 업종이 시장 모멘텀을 주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이익 개선과 자사주 매입 확대도 외국인 매수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0조 엔을 반도체, AI 등 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퀀텀 컴퓨팅, 차세대 메모리·CMOS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실리콘카바이드 등) R&D 및 생산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표 성장 유망 종목으로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사 도쿄일렉트론, 반도체 검사장비 업계 1위 어드반테스트, 일본 반도체 장비산업의 중추인 스크린 홀딩스·디스코, 자동차부품/배터리/신재생에너지 선도기업 덴소, 파나소닉에너지, 에네오스 등이 있으며, 로봇·헬스케어 분야의 오므론 및 시스멕스, 금융에서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글로벌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다.
증권사와 기관들은 내년말까지 니케이225 지수가 6만 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업 체질 개선, 정책 지원, 기업 실적 성장, 임금 증가, 글로벌 유동성 효과, 자사주 매입 확대를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등이 주가 상승의 토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2025년 11월 현재 니케이225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은 22.8~24.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7배로, 장기적 상단에 근접해 있어 상장 기업들의 순익 증가가 필요해 보인다. 하반기 들어 미국 관세에 따른 자동차업계를 포함한 수출 기업의 부진으로 7~9월 경제성장률이 여섯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기업 실적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미·중 무역 이슈, 글로벌 인플레이션, 엔화 변동성, 중국 리스크 등 외생 변수에 따라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화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달러-엔 환율이 157엔까지 상승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주식시장 강세와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전자·기계 등 수출기업 중심의 일본 경제에서 엔저는 기업 실적 개선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은 금융불안, 수입물가 급등, 가계 부담 증가 등 위험요인을 동반한다. 다만, 일본은행이 점진적 금리 인상(1~1.25%)과 정책 정상화를 시도하고 경제 회복이 뒷받침될 경우 2026년 중반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140~145엔 구간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일본·중국·인도·유럽 등 다양한 해외 시장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함으로써, 성장성·수익성·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실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