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 칼럼]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시점, 라스트 마일
최근 금융시장에서 라스트 마일 (Last Mile)이란 표현을 자주 본다. 라스트 마일은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파이널 구간을 의미하는데 마라토너 등 스포츠 선수에게는 가장 힘든 구간이다. 따라서 라스트 마일 구간에 온 힘을 쏟아 부어야 결승점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경제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 등 정책 당국이 목표로 설정한 경제 지표 역시 대부분 쉽게 달성 가능하지 않고 전방위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험난한 라스트 마일을 통과해야 달성 가능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을 위한 라스트 마일에 접어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직 상승했던 인플레이션이 작년 7%대에서 올해 3%대로 하락했다. 목표치인 2%대가 눈앞에 있지만 쉽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끈적끈적하게 3%대에 머물러 있어 제롬 파월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준, Fed)를 애타게 하고 있다. 연준은 신뢰할 만한 경제 지표 특히 물가 지표가 목표치에 근접해야만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연초만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연준이 올해 6회 (1.5% 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지금은 잘해야 2회 (0.5% 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금리 인하 요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으나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보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우리가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한미간 금리차이가 현재의 2% 포인트에서 더 확대되고 이는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시장에 충격이 클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춰지며 고금리가 지속되자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환율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당 환율은 원화가 1360원대 엔화는 155엔대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경제 환경이 썩 좋지는 않다. 작년 4분기에 급격하게 하락하던 미국 국채 금리(10년물)도 4% 중반대에 머물러 있어 연초에 4% 아래에서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이 낮아 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미국 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며 주가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4만 포인트를 돌파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800포인트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분산 투자를 통해 주식 40%와 채권 60%의 포트폴리오가 적절하다고 한다. 즉 변동성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에 40%를 투자하고 나머지 60%는 변동성이 낮은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위험 대비 수익을 높이는 투자 전략이다. 초기에 40% 대 60%의 주식과 채권 비중이 주식 가격 상승으로 주식 비중이 높아졌다면 주식의 이익 실현을 통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다. 이를 포트폴리오 리밸랜싱이라고 한다. 또한 금리가 높아지면서 채권 가격 하락으로 채권 비중이 줄어 들었다면 추가적인 채권 매수로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부동산, 실물 자산 등에 투자하는 대체 투자 자산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리츠나 부동산 관련 펀드는 지난 2~3년간의 금리 상승으로 큰 손실을 본 경우가 많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좋은 자산을 헐값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증권회사나 자산운용회사에서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 기간에 따라 주식 및 채권 비중을 조정하는 펀드인TDF (Target Dated Fund)나 주식 채권 부동산 리츠 등에 투자하는 멀티에셋 (Multi Assets) ETF등이 있다.
채권투자의 매력은 원금 손실 위험이 낮고 금리 하락 구간에서는 주식투자 수익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에는 당연히 손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는 요즘 4.5% 정도의 수익율이다. 향후 1년간 금리 변동이 없더라도 연간 4.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기정 사실이고 인하 시기만 늦춰지고 있다. 만약 향후 1년간 1% 포인트 정도 금리를 인하한다면 미국 10년물 국채 투자에서 1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즉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채권 금리는 과거 20년간 보지 못했던 높은 수준이다. 과거 수차례의 미국 정책 금리 인하 기간에 미국 국채 투자 수익률은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또한 우리나라도 개인투자용 국채를 6월부터 출시한다. 이 국채는 만기 10년, 20년 두 종류로 발행되는데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에 가산 금리를 얹어 주고 연복리와 분리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개인당 최소 10만뭔부터 최대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어 장기 투자에 좋은 자산이다.
‘투자’와 ‘투기’는 단지 한 글자 차이다. 끝없이 상승만 할 것으로 보이며 모두가 열광하던 자산도 언젠가는 하락하고, 10층 높이에서 하락하던 자산이 지하 층까지 더 하락하며 모두에게 실망을 주던 자산도 어느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상승 전환할 때도 있다. 이러한 변동성이 금융시장이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고, 골짜기가 깊으면 산도 높다’고 했다. 또한 ‘모두가 열광에 빠질 때가 최고의 매도 시기이며 모두가 비관에 빠질 때가 최고의 매수 시기이다’라는 투자 격언이 있듯이 시장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투자 목표와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