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 칼럼] 탐욕 (Greed)과 공포 (Fear)를 이기는 현명한 투자

2024-08-12     전용배

8월 들어 주요국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증시의 주요 종목들이 자고 나면 하루에 2~5%씩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서학 개미들을 잠 못 들게 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하루에 10% 이상씩 변동하기도 했다. 2000년대 말 금융위기가 왔을 때도 이렇게 까지는 급등락하지 않았던 주식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였다. 냉정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대부분의 주식시장은 며칠 만에 V자 반등에 가깝게 하락폭의 80~90%를 회복하며 점차 안정을 찾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R(Recession 경기 침체)의 공포는 이란-이스라엘 전쟁 조짐과 엔비디아 등 미국 AI 주식의 거품론 등 잇따른 공포를 불러왔다. 누군가가 이 세 가지 이슈를 WAR (War, AI & Recession)라고 이름 지었다. 정말 WAR가 우리 발등에 떨어진 것일까?

미국의 경기 침체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까지 미국 경기는 확장세를 이어갔으나 장기간의 고금리 영향으로 최근 가계 소비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며 피로감이 쌓였다. 9월로 예상되는 연준(FED)의 금리 피벗 (금리 인하) 정책이 경기 침체를 확인해 주지 않을까 예상한다. 금리 인하가 바로 실물 경기 회복 또는 반등으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기업들의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 (AI) 관련 기업들과 아마존 등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미국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둔화된다면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줄곧 이슈가 되었고 최근 들어 좀 더 격화되고는 있지만 이미 주식시장은 내성이 생겨 더 큰 충격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일시적인 충격이 오더라도 냉정하게 투자 기회로 반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자는 항상 '탐욕(Greed)과 공포(Fear)'를 경험한다. 작년 상반기 에코프로비엠을 필두로 2차 전지 회사들의 주가는 하늘 모르듯이 치솟았고 투자자들은 너도 나도 2차 전지 주식 매수에 가담했다. 작년 초에 10만 원 하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6개월 만에 5배나 상승하여 50만 원을 돌파하며 개인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30만 원~ 50만 원대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더 높은 가격에 내 주식을 사줄 ‘바보’가 있을 것이란 믿음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의 ‘더 큰 바보 이론 The Greater Fool Theory’)으로 ‘탐욕'을 쫓아 불나방처럼 불길에 뛰어들었다. 작년 하반기 들어 전기차 캐즘 현상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2차 전지 업체들의 실적에 의문을 품으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주가는 3분의 1 토막까지 하락했지만 단기간에 회복할 기미가 없어 보인다. '탐욕'의 끝이다.

반대로 모두가 공포에 떨 때 투자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도 있다.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소수의 현명한 투자자는 ‘역발상’ 투자를 한다. 주식시장이 외부 요인에 의해 패닉에 빠지면 우량 종목들도 내재가치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 우량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크게 하락했던 우리나라 대표 블루칩 종목들의 최근 실적과 전망, 과거 평균 대비 현재의 주가수익비율 (PER) 및 주당 순자산가치비율(PBR)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현재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되어 있는지 판단해 보면 매수 매도의 확신이 서게 된다. 즉 부지런히 공부하여 우량 종목을 찾고 적절한 매수 가격을 설정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야구 베팅에서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대부분의 주식들이 무더기로 10% 이상 하락할 때 세계적 기술과 꾸준한 실적을 기록한 종목도 함께 하락한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는 충분한 분석과 목표가 세워져 있을 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존 템플턴경의 투자 명언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대중과 반대로 행동한다.”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 (The time of maximum pessimism is the best time to buy, and the time of maximum optimism is the best time to sell)”. 즉 모두가 매도에 나설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모두가 매수에 나설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란 얘기다. “강세장은 비관론 속에서 싹트고 회의론 속에서 자라나며 낙관론과 함께 성숙해 행복감이 최고조에 이를 때 사라진다 (Bull markets are born on pessimism, grow on skepticism, mature on optimism and die on euphoria)”. 지금이 전설적인 투자 구루 (Guru)들의 명언을 새겨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