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 칼럼] 코리아 밸류업의 성공 조건

2024-10-08     전용배

올해 들어 한국 주식시장 상승률이 전 세계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9월 말 기준으로 미국 다우지수 12.4%, S&P 500 지수 20.5%, 나스닥 20.5%, 일본 니케이 225지수 13.3%, 인도 센섹스지수 16.6%, 중국 상해종합지수 12% 등 10~20%의 상승을 기록했지만 한국 코스피는 2% 하락했다.

급기야 정부는 일본 증시의 밸류업 성공 모델을 참고하여 한국판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과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기업의 순자산 가치 (PBR)와 자기자본 이익률 (ROE) 개선을 통해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KRX100)는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한 10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특히 자본효율성의 평가 기준으로 자기자본 이익률 (ROE)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 기업이 ROE를 제고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ROE가 투자지표로서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표 종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신한지주 등이 있으며 시가총액 상위 400 종목 내에서 코스피 67종목, 코스닥 33종목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배당이 높았던 몇몇 종목이 탈락하면서 구성 종목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익성이 높으면서 주주환원에 관심을 기울인 기업들이다.

지난 8월에 현대차가 개별 기업 단위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핵심은 배당성향을 25% 이상 높이고 총 주주환원율(TSR)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즉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보통주 기준 1만 원의 주당 최소 배당금을 지급하고 3년간 총 4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이익 흐름과 낮은 밸류에이션, 우수한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현대차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서 주가를 견인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또한 7월에는 메리츠금융 지주가 국내 금융 지주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중장기 청사진을 내놨다. 오는 2025년까지 연결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고, 2026년부터는 내부 투자와 주주환원 수익률을 비교한 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자본 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금융은 2023년 기준 3개년 누적 총 주주수익률(TSR) 85%을 기록했으며 이는 여타 국내 금융 지주(15%)나 국내 보험사(23%)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500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 300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작년에는 64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4483억 원의 현금배당 지급으로 주주환원율 51.2%를 달성했다.

통상적으로 높은 배당성향과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9월 말 기준으로 올해 현대차 주가는 20% 상승했으며 메리츠금융은 무려 70%나 상승했다. 코스피가 2% 하락한 것에 비하면 탁월한 수익률이다. 따라서 고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만이 기업과 주식시장의 성공적인 밸류 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메리츠금융이 주장하는 '대주주의 1주와 일반 주주의 1주의 가치는 동일하다'라는 기업철학과 ‘기업은 전력을 다해 돈을 더 잘 벌고, 자본 배치를 더 잘하고, 주주환원을 더 진심으로 하고, 모든 주주를 동등하게 대하는데 집중해서 다른 상장사와의 차별화 정도를 더 벌려 나갈 것’이라는 경영진의 다짐이 오늘의 성과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이제 코리아 밸류업의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기업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정부는 우수 밸류업 기업에 세제 혜택과 다양한 장려 정책으로 후원하고 투자자는 기업 경영진과 정부를 신뢰하여 우수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다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은 성공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 정부, 투자자 등 모든 참여자가 함께 손을 맞잡는 단합된 의지가 필요하다.

조만간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여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이끌어 낸다면 주식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매월 또는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코리아 밸류업 관련 상품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