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 칼럼] 중국 AI 딥시크가 쏘아 올린 작은 고래
지난달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 오픈AI 챗GPT에 버금가는 중국형 생성형 AI R1을 출시했다. 세상이 딥시크의 성능과 개발 비용에 깜짝 놀랐다. 최근 공개한 ‘딥시크-R1’은 오픈AI 모델 ‘o1’을 능가하는 성능으로 AI 개발비가 미국 빅테크의 10분의 1 비용이었다니 믿기지 않을뿐더러 엔비디아를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에게 강펀치를 날렸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돼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CEO인 량원펑(梁文鋒)과 뤄푸리(羅福莉) 등 대부분의 딥시크 개발자들은 중국 국내파 연구원들로 창의성과 파격적인 보상으로 이러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들은 개당 수만 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구매해 AI 모델을 훈련해 왔는데, 딥시크가 저성능 칩으로도 비슷한 성과를 내는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AI 구동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을 선도해 온 엔비디아와 AMD의 매출이 줄어들고 고성능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HBM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한미반도체 등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의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기술과 자신들의 데이터를 도용했는지 조사에 나섰고, 딥시크가 모델 개발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호주, 대만, 이탈리아,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보안 및 중요 정보 노출을 우려하여 정부 및 금융권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 AI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딥시크의 서버는 중국에 있고 딥시크 사용자가 입력하는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으며 중국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중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중요 정보에 대한 보안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독과점해 왔던 자사 챗GPT는 여태껏 폐쇄형 모델로 운용해 왔는데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의 성공을 보면서 전략 수정을 고려하는 듯하다. 또한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인 이후 구글, 오픈AI,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가성비 AI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제 세계는 AI의 혁신 기술을 접목하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기존 기술을 고수하다가는 도태하기 십상이다. 자동차는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바이오는 신약 개발에 AI 도입이 활발하다. 방위산업에도 빅데이터와 AI를 접목한 기술을 개발한 팔란티어가 전통 방산 기업을 대체하며 주가가 작년에 340% 치솟은 데 이어 올해도 거의 50%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전통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을 넘어섰다.
엔비디아 등 AI 테크 기업 주가의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 초 인터넷 혁명이 세상을 바꾸었고 수많은 닷컴 회사들이 망했지만,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살아남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팔, 시스코, 알파벳 등 IT 기업들은 아직도 건재하며 이러한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보상받았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시장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자체 혁신 능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을 지닌 기업에는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반도체 굴기를 바탕으로 IT 강국을 자부하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던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적인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하면서 그 주도권을 미국, 중국, 인도 등에 밀리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기업 최초로 생성형 AI 서비스의 근간인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하이퍼클로바 X’를 자체 개발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카카오는 현재 개발 중인 ‘카나나(Kanana)’ 서비스에 오픈 AI 모델을 활용한 최고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도 앞다투어 AI 산업 혁명에 뛰어들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 산업에 걸쳐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접목하고 응용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마당에 성공 여부를 떠나 인재 양성과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AI 혁명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