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 2025 F/W
- 하이더 아커만이 연 톰 포드의 새 시대
톰 포드(Tom Ford)의 2025 F/W 시즌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의 첫 컬렉션이었기 때문이다. 2023년 톰 포드가 런웨이를 떠난 후, 피터 호킹스(Peter Hawkings)가 그 자리를 메웠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하우스는 다시 변화를 맞이했다. 아커만은 취임 당시 톰 포드의 유산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하며, 그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강렬한 데뷔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톰 포드와 하이드 아커만, 두 디자이너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매혹적이고 정교한 테일러링, 스타일링에서 비롯된 강렬한 에티튜드. 톰 포드가 날카로운 실루엣의 수트를 통해 자신감을 표현했다면, 아커만은 그의 뮤즈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처럼 조각적이면서도 유려한 실루엣을 추구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런웨이는 레더 티셔츠, 오뜨 스웨트 등 레더 소재를 활용한 스포츠웨어로 시작됐다. 특히, 몸을 따라 흐르는 실크 바이어스 스커트 위에 크롭트 톱과 스키니 블랙 벨트를 매치한 룩은 포드와 아커만 두 디자이너의 미학이 가장 정교하게 결합된 스타일었다. 선명한 레드 래커 립과 조화를 이루는 강렬한 스네이크스킨 코트 역시 관능적인 매력을 배가했지만, 톰 포드의 디자인만큼 대담하게 밀어붙이진 않았다.
이어지는 테일러링에서는 1980년대 파워 드레싱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핀스트라이프 수트와 실크 자카드 수트가 등장했다. 여기에 화이트 라펠 플라워, 스키니 넥타이, 폴카 도트 스카프 등으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풍성하게 흐르는 모닝 로브 코트가 스타일링에 깊이를 더했다. 또한, 포드가 오랫동안 즐겨온 화려한 애시드 컬러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활용해, 매끄럽게 몸을 감싸는 여성 수트를 선보였으며, 아커만 특유의 좁고 구조적인 어깨선을 적용해 한층 더 정제된 실루엣을 완성했다.
레드 카펫을 빛내온 톰 포드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염두에 둔 듯, 아커만은 이번 시즌에서도 과감한 이브닝웨어를 대거 선보였다. 사이드에 트임 디테일이 더해진 매끈한 실루엣의 구조적인 하늘색 드레스, 온몸을 감싸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을 연출하는 라벤더 프린지 드레스, 그리고 크로커타일 패턴의 자수 디테일이 돋보이는 프론트 슬릿 드레스 등 아커만 특유의 절제된 감각이 가미된 도발적인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Photo Courtesy of Tom 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