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2025 F/W

- 공중 화장실 속 드러나는 다양한 페르소나

2025-03-11     김민정 에디터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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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 2025 F/W
발렌티노 2025 F/W

한때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멧갈라 화장실에서 찍은 단체 셀카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패션 오스카로 불리는 이 행사를 위해 홍보 담당자들은 몇 달을 준비하지만, 결국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레드 카펫에서 연출된 순간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무대 뒤에서 탄생한다.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선보인 2025 F/W 컬렉션 역시 ‘금기의 매력’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쇼의 무대는 붉은 조명이 감도는 거대한 공중 화장실을 연상시켰다. 미켈레는 이를 “디스토피아적이고, 불안하며, 마치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이라 표현하며, 관객을 기묘한 분위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자레드 레토를 비롯한 런웨이 모델들은 칸막이 문을 지나 거울 앞으로 향했고, 셀카를 남기거나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이 낯선 공간을 유희처럼 즐겼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옷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패션이 개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거에는 사적인 공간이었던 침실과 욕실이 이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쉽게 공개된다. 그는 “이제 마돈나는 화장실에 있다”고 농담하며, 개인의 공간에서 찍은 강렬한 셀피로 늘 화제를 모아온 팝 아이콘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처럼 미켈레는 패션이 단순한 옷이 아니라,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관능과 노출의 경계를 탐색하는 시선은 컬렉션 전반에 걸쳐 이어졌다. 모델들은 칸막이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일부는 레이스 바디수트와 누드 타이즈만 걸친 채 시선을 유도한 반면, 블랙 벨벳 드레스처럼 절제된 룩도 함께 자리하며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풍성한 디테일과 장식적인 요소를 향한 미켈레의 탐구다. 금빛 라메 프릴, 샤르트뢰즈와 라일락 컬러의 대담한 레이스 트레인이 어우러진 이브닝드레스에서는 또 다른 시대의 향기가 느껴졌다.

Photo Courtesy of Giovanni Giannoni/WW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