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 칼럼] 트럼프가 휘젓는 불확실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2025-03-18     전용배

트럼프 대통령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이웃 나라의 경제적 궁핍을 유도하여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상대를 몰아붙여 유리한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금융시장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수년간의 상승을 멈추고 내림세를 보인다. S&P500 지수는 3월 11일 기준 연초 대비 5%, 나스닥 지수는 9.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포함해 미국 기술주와 테슬라 주가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주식만이 유일한 투자처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외 채권, 배당주 ETF, 부동산펀드 등 대체 자산으로 방어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채권이다. 채권은 발행기관이 망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자와 원금을 돌려준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이다. 다만 금리 움직임에 따라 투자 수익이 변동할 수 있지만 주식만큼의 변동성은 아니다.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것 같으면 만기가 긴 장기채권이 좋다. 한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2~3년 전보다 금리 수준이 낮긴 하지만 5~30년 장기채를 추천한다. 3월 12일 기준 국채 수익률은 10년채가 2.76%, 30년채는 2.56%다. 금리가 하락하면 이보다 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한국보다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나 회사채도 좋은 투자 자산이다. 단기적으로 미국 연준 (Fed)이 꿈틀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하를 잠시 멈췄지만, 장기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따라서 금리 하락으로 인한 혜택은 장기채가 훨씬 크기 때문에 10~30년 미국 국채를 추천한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4.3%, 30년물은 4.6% (3/11 기준)이다. 국내 증권회사를 통해 다양한 채권을 매수할 수 있으며 국내 상장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도 많이 있다.

최근 브라질 채권도 인기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연 13.25%로 작년 7월 (10.5%) 대비 2.75% 포인트 인상됐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15% 수준이다. 한국과 브라질 간의 비과세 협정으로 국채 투자에 따른 세금이 없으니, 세금을 걱정하는 투자자라면 현시점에서 적극 추천한다. 브라질 헤알화도 사상 최저 수준(작년 12월 헤알당 230원대)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정치적 안정과 재정 건전성 우려가 완화되면서 240~250원대까지 회복했다. 브라질은 미국의 관세 정책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글로벌 경기가 크게 침체하지 않으면 광물 및 농산물 수출 호조로 브라질 경제와 재정 상황이 호전될 수 있고 헤알화 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라 장기채 수익률 하락도 예상된다.

다음은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가 있다. 미국 기술주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고 변동성도 높다. 공포지수인 VIX 지수가 최근 1년간 최고로 높아졌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정적으로 배당을 주는 주식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고배당이 주가 하락을 상쇄해 주거나 배당 주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 폭이 크지 않다. 국내 고배당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는 ETF도 많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으로 역사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코리아 밸류업 ETF 등도 좋은 투자 종목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는 차입금을 활용하여 부동산을 매입하고 장기 임대하기 때문에, 금리 하락은 차입 비용을 감소시켜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전체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최근 많은 리츠 주식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예상되므로, 리츠 투자는 유망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전략은 그의 선견지명을 활용하여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작년 하반기에 버핏은 현재의 기술주가 과대평가 되었다고 판단하여 애플 등 기술주를 매도하고 경기 방어 주식을 매수했다.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이러한 전략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은 환호성을 올리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제는 트럼프 자신이 불확실성의 중심이 되었다. 트럼프 2기 동안 어떤 예상치 못한 정책들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