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100주년, 장인 정신과 혁신으로 이어온 시간

- 서울에서 펼쳐진 펜디의 세계, ‘2025 월드 오브 펜디’ - 펜디 크레스트부터 바게트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는 100년의 펜디 아이콘

2025-05-14     고광훈 에디터
1926년, 로마 중심가에 문을 연 펜디의 첫 매장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펜디는 끊임없이 장인 정신과 혁신을 추구하며 100년의 시간 동안 헤리티지를 이어왔다. 펜디의 역사는 1925년 창립자 ‘아델 카사그란데 펜디(Adele Casagrande Fendi)’와 ‘에도아르도 펜디(Edoardo Fendi)’ 부부가 로마 중심지에 작은 공방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아델은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죽 공예를 배우며 기술을 갈고닦았고, 퍼와 가죽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펜디 최초의 로고는 남편 에도아르도가 아델에게 다람쥐라는 별명을 붙인 일화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그녀의 활기찬 성격을 상징했다. 펜디는 초창기부터 주로 여행용 가방과 트렁크 제작에 쓰이던 천연 파피루스 색상의 ‘페르가메나’ 가죽을 사용했는데, 펜디의 시그니처 옐로 컬러가 바로 이 가죽에서 비롯되었다.

다람쥐에서 영감받은 펜디 최초의 로고

1940년대 후반부터 펜디의 다섯 딸  ‘파올라’, ‘안나’, ‘프랑카’, ‘카를라’, ‘알다’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각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으며 펜디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시켰고, 펜디는 이탈리아 럭셔리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65년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펜디에 합류하면서 펜디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펜디와 라거펠트의 54년에 걸친 협력은 펜디가 단순한 퍼 하우스를 넘어 레디투웨어, 아이웨어, 타임피스, 쿠튀르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럭셔리 하우스로 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FF’ 로고는 ‘Fun Furs’를 의미하며, 펜디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서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칼 라거펠트는 1971년 밍크 퍼로 만들어진 케이프 ‘아스투치오(Astuccio)’를 디자인하면서 ‘V 인서트’ 기술을 적용한 날렵한 실루엣과 가벼움을 강조해 퍼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었다.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FF' 로고

 

칼 라거펠트와 펜디의 다섯 자매

이후, 펜디 가문의 3세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1992년 브랜드에 합류해 칼 라거펠트를 보조하며 ‘바게트(Baguette)’와 ‘피카부(Peekaboo)’ 같은 아이코닉한 백을 탄생시켰다. 2020년에는 펜디 가문의 4세대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가 브랜드의 전통과 혁신을 주얼리 분야로 확장했고, ‘펜디 오’락(FENDI O’Lock)’ 컬렉션과 첫 하이 주얼리 컬렉션 ‘펜디 플라보스 파뤼르(FENDI Flavus parure)’를 선보이며 펜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 펜디는 남성 봄/여름 2025 컬렉션을 통해 페퀸 스트라이프와 FF 로고, 야누스, 다람쥐를 조합한 ‘펜디 크레스트(FENDI Crest)’를 선보이며 그간 펜디의 코드와 헤리티지를 기념했다.

서울 성수동에서 첫 선을 보인 ‘2025 월드 오브 펜디'

하우스가 거쳐온 1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기념하여 펜디는 서울 성수동에서 ‘2025 월드 오브 펜디(WORLD OF FENDI)’를 진행했다. 서울을 시작으로 쑤저우, 마이애미, 로마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몰입형 공간을 통해 펜디의 역사적 순간들과 비전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과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메이드 투 오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펜디 역사 속 각 시대를 대표하는 10개의 퍼 컬렉션과 그것을 재해석한 리에디션들, 그 사이로 수놓인 10개의 아이코닉 백이다.

펜디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백들. 왼쪽에서부터 ‘바게트', '엑스레이', '제미나이', '아델'

특히, 전통적인 닥터 백을 재해석한 펜디의 첫 번째 백 ‘아델(Adele)’부터 셸 파스타 면을 형상화한 위트 있는 디자인의 ‘라 파스타(La Pasta)’, 잇 백의 시초라고 불리는 ‘바게트(Baguette)’, 포켓과 거울을 숨긴 ‘스파이(Spy)’, 이중 수납공간을 발전시켜 기하학적인 특징이 돋보이는 ‘피카부(Peekaboo)’ 등 각 백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펜디의 창의성과 혁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지금의 펜디를 만든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해 온 장인 정신과 감각 그리고 항상 새로움을 탐구하려는 태도였다. ‘2025 월드 오브 펜디’는 이러한 흐름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펜디가 앞으로 어떤 가치와 비전을 갖고 미래로 나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PHOTO COURTESY OF FE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