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무한한 변신, 서울패션로드@정동

서울패션로드의 세 번째 무대, 덕수궁돌담길 위로 모던 한복의 아름다움을 담은 특별한 런웨이가 펼쳐졌다.

2025-05-23     고광훈 에디터
덕수궁돌담길 위에서 펼쳐진 '서울패션로드@정동' 피날레

2025년 5월, 서울 덕수궁돌담길이 한복의 우아한 색채로 물들었다.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와 정취가 깃든 이 길 위에서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패션로드’의 세 번째 무대가 펼쳐진 것. 서울패션로드는 서울의 일상적인 공간을 런웨이로 삼아, 도시와 시민 그리고 문화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패션 프로젝트다.

석촌호수에서 진행된 제1회 서울패션로드
뚝섬한강공원에서 펼쳐진 제2회 서울패션로드

2024년 5월 석촌호수에서 첫선을 보인 후, 뚝섬한강공원에서 두 번째 무대를 이어간 이 프로젝트는 평소 패션쇼 무대가 생소했던 시민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서울패션로드는 단순한 쇼를 넘어, 패션을 매개로 도시의 풍경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대표 산책길로 사랑받는 덕수궁돌담길이 서울패션로드의 세 번째 무대로 선정되었다.

서울패션로드의 세 번째 장이 열린 ‘덕수궁돌담길’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면서도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한 장소다.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들을 풍기며 많은 시민의 산책길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덕수궁은 한국 궁궐 중 유일하게 서양식 건축물과 정원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주변에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구러시아공사관 등 근대사의 주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러한 특성에 맞게 세 번째 서울패션로드는 전통 한복의 미학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낸 ‘모던한복’을 주제로 삼았다.

서담화
서담화

 

기로에
  기로에

 

꼬마크
꼬마크

 

한복 스튜디오 혜온
한복 스튜디오 혜온

한복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4개의 한복 브랜드 서담화, 기로에, 꼬마크, 한복스튜디오 혜온이 참여해 각 브랜드의 개성과 철학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서담화는 봄과 여름 사이를 거니는 바람 같은 실루엣을 보여주었고, 기로에는 대표작 ‘한복 수트’를 통해 한복의 정제된 아름다움에 현대적 구조미를 더했다. 꼬마크는 스트리트 패션의 언어로 한복을 풀어내며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를 이끌어냈으며, 한복스튜디오 혜온은 파스텔 톤의 섬세한 색감으로 돌담길 위에 피어난 꽃을 연상케 하는 룩을 완성했다. 약 200m 길이의 노란색 런웨이는 덕수궁 대한문에서 정동 로터리 분수 앞까지 이어졌다. 돌담과 가로수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펼쳐진 피날레는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마무리되었다.

서울패션로드 런웨이를 감상하기 위해 덕수궁돌담길을 가득 메운 관객들 

이번에도 서울패션로드는 옷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뉴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왈츠와 K-드라마 OST를 오가며 쇼의 무드를 풍성하게 채웠고, 돌담길이 시간대에 따라 빛을 달리하는 특성을 살려 오후 4시와 저녁 7시, 두 차례에 걸쳐 쇼를 진행했다. 햇살 아래의 낮 쇼는 따뜻하고 여유로웠으며, 조명이 드리워진 밤에는 낭만적이고 극적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심 한복판에서 패션과 문화, 시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순간. 그 장면은 도시의 시간 위에 한복이라는 결을 새기며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