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언어” 마크 제이콥스의 패션 철학

-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지난 20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들려준 그의 패션 철학과 깊이 있는 통찰

2025-06-05     김다영 에디터
라 메종 오르베다에서 진행된 마크 제이콥스와 브리짓 폴리의 대담   ⓒ WWD

지난 화요일,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라 메종 오르베다에서 열린 ‘Cultural Tastemakers’ 시리즈의 첫 파이어사이드 토크에서 작가이자 WWD 전 수석 에디터인 브리짓 폴리와 함께 패션계에서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되짚었다. 지난 20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작업 방식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로서의 철학과 통찰을 깊이 있게 공유했다.

제이콥스는 “패션은 변하지 않았다. 늘 똑같다. 단지 드레스가 다르고, 소재가 다르고, 비율이 다를 뿐. 패션은 언제나 나 자신을 꾸미며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업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거창하거나 거만하게 들리지 않도록, 우리는 늘 우리만의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 안에는 대개 익숙한 것에 대한 레퍼런스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옷(clothes)’과 ‘패션(fashion)’을 명확히 구분 지으며, 그는 옷은 일상적인 복장이지만, 패션은 착용자와 세상을 연결하는 언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옷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패션을 입을 땐 확실한 의도가 드러나야 하고, 실루엣이 살아 있어야 하며, 그 안에 내가 깊이 몰입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패션은 정말 특별한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몸을 가리는 천 조각도 아니다. 패션 속에는 가슴을 울리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라고 전하며 자신만의 뚜렷한 세계관을 밝혔다.

2009년, 루이 비통 스테판 스프라우스 캡슐 컬렉션 ⓒ Dimitrios Kambouris

패션에 대한 제이콥스의 열정은 아홉 살 때 시작됐다. 당시 어른처럼 옷을 입고 싶어했던 그는 주어진 것들을 이용해 자신을 어떻게든 꾸며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커리어는 여러 대륙을 넘나들며 펼쳐져 왔다. 특히 루이 비통에서의 재임 기간 동안 그는 스테판 스프라우스와의 협업을 비롯해 레디 투 웨어와 파인 주얼리 등 핵심 카테고리를 새롭게 도입해 브랜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제이콥스는 스프라우스와의 협업 당시, 루이 비통 내부에서 반발에 부딪혔던 일을 회상하며  “아르노 회장님과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내가 ‘저 이제 어떻게 하죠?’라고 묻자, 회장님은 ‘난 당신을 인기 투표에서 이기라고 고용한 게 아니다. 그건 그들 문제이다’라고 하셨다” 고 말했다. 그 협업은 루이 비통 역사상 처음으로 웨이팅 리스트가 생긴 순간이었다.

마크 제이콥스 @themarcjacobs

제이콥스는 오르베다를 소유한 라이선스 업체 코티(Coty Inc.)와 함께 메이크업 라인을 다시 선보일 계획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향수 사업에 처음 진출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그때야 비로소 나 자신이 정식 디자이너가 된 것 같이 느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바이어들을 만나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메이크업에도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LVMH 산하의 켄도(Kendo)와 함께 처음 메이크업 라인에 도전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메이크업만이 아니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 바더의 파란 병을 쓰고, 샴푸는 올라플렉스를 쓴다. 최근에 파마를 해서, 귀도 팔라우가 만든 컬 무스를 사용 중인데, 이 제품은 자라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그게 바로 패션이다"라고 전했다.

마크 제이콥스 @themarcjacobs

마크 제이콥스는 끝으로 “새로운 룩을 우연히 발견할 때 에너지가 훨씬 더 솟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기대된다.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주얼리와 신발을 고르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연출한 뒤 향수로 마무리하는 것까지… 모든 스타일링 과정을 정말 좋아한다. 그게 바로 내 전부다"라고 말하며, 패션이 일상이자 열정 그 자체임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