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PARIS FASHION WEEK HIGHLIGHTS #4

- 형식과 서사의 경계를 확장한 2026 S/S 컬렉션

2025-06-30     김하늘 에디터

디올 DIOR

Dior Men’s Spring 2026 ©Kuba Dabrowski/WWD

이번 시즌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데뷔 쇼. 그는 앤디 워홀이 촬영한 장 미셸 바스키아의 폴라로이드와, 핀과 단추, 디올 로고가 새겨진 패브릭을 오브제 위에 올린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런웨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쇼장은 베를린 게멜데갤러리 미술관을 모티프로 삼아 꾸며졌으며, 18세기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Jean Siméon Chardin)의 정물화 두 점이 전시돼 예술적 무게감을 더했다. 쇼가 끝나자 관람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그 열기는 메타(Meta)가 후원한 애프터 파티로 이어졌다.

Dior Men’s Spring 2026 ©Kuba Dabrowski/WWD
Dior Men’s Spring 2026 ©Kuba Dabrowski/WWD

런웨이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가장 일상적인 ‘노멀코어’ 아이템들, 역사적 의복의 재해석, 그리고 디올 아카이브 쿠튀르 드레스에서 영감 받은 룩이 공존했다. 쇼 오프닝은 디올의 상징인 바 재킷이었다. 앤더슨은 이를 도니골 트위드로 재해석해 남성 테일러링에 맞춘 실루엣으로 풀어냈고, 볼륨감 있는 오프화이트 카고 쇼츠와 매치했다. 16야드 길이의 원단이 쓰인 이 팬츠는 디올의 1948년 ‘델프트’ 드레스를 오마주한 디테일이었다.

Dior Men’s Spring 2026 ©Kuba Dabrowski/WWD

이후에도 앤더슨 특유의 고전과 현대의 충돌은 이어졌다. 격식 있는 이브닝 셔츠에 워싱된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매치하거나, 턱시도 재킷을 과감하게 크롭해 복근을 드러냈다. 금장 장식 코트와 자수 베스트, 스웨트셔츠와 파스텔 케이블 니트 등이 번갈아 등장하며 상류층 코스프레와 노동계급 코드가 교차하는 독특한 무드를 연출했다.

앤더슨은 이번 쇼를 '디올의 세계를 배우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이끌 다섯 개 컬렉션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에르메스 HERMES 

Hermes Men’s Spring 2026 ©Vanni Bassetti/WWD

에르메스가 이번 시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옷을 만지고, 걸치고, 피부로 느끼라는 의미의 ‘Talk to the hand’. 가죽 셔츠와 팬츠는 레이스처럼 섬세한 오픈워크 위브로 가볍게 완성되었고, 니트 아이템 곳곳에는 다양한 질감이 더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촉각적이고 관능적인 즐거움을 강조된 컬렉션이었다. 

Hermes Men’s Spring 2026 ©Vanni Bassetti/WWD

키 포인트는 단연 에르메스만의 다채로운 실크 활용이었다. 밝은 그린부터 은빛 그레이까지, 싱그러운 색감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거나 셔츠 칼라를 대신한 플리츠 장식으로 더해 유연하고 가볍게 레이어링 했다. 실크의 부드러운 결이 자연광과 어우러지며 더욱 입체적인 룩을 완성했다. 

실루엣은 여유롭고 편안했다. 스트라이프 오픈넥 셔츠에 스쿱넥 티셔츠를 겹치거나, 사파리 재킷과 매치해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선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에 플립플랍과 빅백이 더해지면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자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무드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Hermes Men’s Spring 2026 ©Vanni Bassetti/WWD
Hermes Men’s Spring 2026 ©Vanni Bassetti/WWD

 

 

자크뮈스 Jacquemus

  Jacquemus Spring 2026 Ready-to-Wear ©Jacquemus

자크뮈스는 이번 컬렉션 ‘Le Paysan(르 페이장, 농부)’에 자신의 농가 출신 배경과 그에 대한 자부심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에서 펼쳐진 쇼는 장식적인 요소를 과감히 덜어내고 공간 본연의 웅장함을 살렸다. 커다란 아치형 창과 나무 의자 한 줄만 놓인 미니멀한 연출이 오히려 자크뮈스다운 감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Jacquemus Spring 2026 Ready-to-Wear ©Jacquemus
  Jacquemus Spring 2026 Ready-to-Wear ©Jacquemus

런웨이의 시작은 마치 자크뮈스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했다. 금발의 소년이 문을 활짝 열자 모델들이 정원에서 차례로 등장했고, 밭에서 런웨이로 이어지는 서사는 오버사이즈 드레스와 풍성하게 주름 잡힌 에이프런 스커트, 농작물에서 영감받은 액세서리들로 구체화되었다. 

  Jacquemus Spring 2026 Ready-to-Wear ©Jacquemus

입체적인 실루엣의 코튼과 리넨 소재가 돋보였으며, 몇몇 드레스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올리게 하는 티어드 형태로 완성됐다. 아몬드와 설탕에 절인 과일로 만든 프랑스 과자 ‘깔리송(Calisson)’에서 영감을 받은 둥근 모양의 가죽 재킷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여름의 관능미도 여전히 유효했다. 시폰 소재의 박시한 가운과 자수를 더한 튤 홀터넥 드레스가 부드럽게 몸을 감싸며 유려하게 흘렀다. 남성복은 이전보다 한층 격식을 갖춘 분위기로 영국 귀족들을 연상시키는 테일러링이 더해졌지만, 라펠을 덜어낸 간결한 실루엣과 무채색 계열로 절제된 무드를 유지했다.

  Jacquemus Spring 2026 Ready-to-Wear ©Jacquemus

 

 

우영미 Woo Young Mi

Woo Young Mi Spring 2026 Ready-to-Wear ©Woo Young Mi

도시의 언덕에서 즐기는 피크닉에서 영감을 받은 우영미의 여름. 광택이 감도는 테일코트는 클래식한 무드를 풍기면서도, 화이트와 페일 골드 컬러의 실크 비스코스 혼방 소재로 제작되어 여름에 어울리는 유연함을 더했다. 같은 소재로 완성한 여성용 슬립 드레스, 브론즈 패브릭의 버뮤다 쇼츠 등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아이템들이 이어졌다. 

Woo Young Mi Spring 2026 Ready-to-Wear ©Woo Young Mi
Woo Young Mi Spring 2026 Ready-to-Wear ©Woo Young Mi

지난 시즌 선보였던 롱존 스타일처럼, 이번에도 복고적인 스윔웨어가 다양한 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줄무늬와 다양한 색감의 아이템들은 상의, 쇼츠, 보디슈트 형태로 등장했으며, 팬츠 위로 살짝 드러나거나 코트 안에 레이어드 되어 경쾌한 포인트가 됐다. 

청바지에는 절개 디테일을 더해 힙과 이너웨어가 드러나는 스타일링을 완성했고, 스트라이프 벨트와 서스펜더로 고정한 발목 양말, 메리제인 슈즈를 함께 매치했다. 또한 스냅 버튼으로 여닫을 수 있는 라피아 백은 간이 피크닉 매트로도 활용 가능해 실용적인 매력을 더했다.

Woo Young Mi Spring 2026 Ready-to-Wear ©Woo Young 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