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 2026 S/S: 마이클 라이더의 첫 장
- 정제된 감각과 실용적 미니멀리즘이 깃든 마이클 라이더의 데뷔 쇼 - 실크 스카프와 절제된 테일러링, 80년대의 잔상과 젠더를 초월한 우아함
셀린느의 새 아티스틱 디렉터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의 첫 컬렉션이 공개됐다. 라이더는 이번 시즌을 통해 에디 슬리먼과 피비 필로 시절의 미학을 존중하면서도, 특유의 절제된 감각과 실용적 접근을 더해 셀린느의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셀린느 본사가 위치한 비비엔 거리 16번지에서 열린 이번 쇼는 ‘더 큐어(The Cure)’의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막을 올렸다. 석회암 플로어 위를 교차하듯 가로지르는 모델들은 젠더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룩으로 셀린느 고유의 보편적인 미학을 새롭게 풀어냈다.
이번 시즌 가장 이목을 끈 아이템은 단연 스카프였다. 마이클 라이더는 “스카프는 누구나 다르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자, 간직하고 싶은 오브제”라고 말했다. ‘삶에 스며드는 옷’을 지향하는 그의 미학이 응축된 대표적인 상징물로 런웨이 곳곳에 등장했다. 또한 아이보리와 블랙 실크 소재로 제작된 스카프는 웰컴 기프트로 제공되었으며, 관객들은 이를 목에 두르거나 가방에 묶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 스타일링했다.
테일러링은 한층 더 조형적이고 절제된 형태로 나아갔다. 하이 버튼 스탠스와 강조된 어깨선의 재킷은 실루엣에 긴장감을 부여했고, 컷아웃 디테일이 들어간 코트는 유려한 선과 절묘한 여백으로 인상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팬츠는 레깅스처럼 날렵하게 흐르는 형태부터 하렘 스타일의 여유로운 핏까지 폭넓게 전개되었으며, 일부에는 턱시도 스트라이프나 커프스 장식이 더해져 섬세한 디테일을 드러냈다.
런웨이는 전체적으로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스타일링이 이어졌다. 제트 비딩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리틀 블랙 드레스와 구조적 포켓이 더해진 미니멀한 아이보리 드레스는 절제된 여성성을 표현했고, 여기에 장갑과 부드러운 레슬링 부츠를 더해 은은한 80년대 무드를 소환했다. 액세서리 역시 한층 개성을 더했다. 새로운 실루엣의 트리옹프 캔버스 백, 다양한 크기의 라피아 토트, 큼직한 참 장식의 코스튬 주얼리는 룩에 리듬감을 불어넣으며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쇼가 끝난 뒤, 마이클 라이더는 “저는 살아 있는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기억과 감정, 실용성과 상상력이 공존하는 그런 옷이길 바랍니다”라며 이번 컬렉션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