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금리 인하 기우는 연준, 채권 시장의 기회는?

-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정책 완화 시그널, 채권 시장의 반등 기회로 이어질까 - 장기채권에 기회,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빛나는 현명한 투자 전략

2025-08-25     전용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인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이 어쩔 수 없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한층 높아지자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 금리 수준을 유지했던 파월도 8월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수가 안정적이고 고용시장 둔화 조짐도 보이자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로 예정되어 있지만 트럼프는 언제든지 자기 편을 임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4.25~4.50% 범위인데 올해 연말까지 두차례 인하 (각각 0.25%)가 유력해 보인다. 이럴 경우 미국 금리는 3.75~4.00%로 연초 4회 (약 1%) 인하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내년까지 인하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도 새정부로부터 금리인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작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는 분위기이고 물가도 안정적이라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정책에 부응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이후 과열 양상을 보인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 (6.27 대책) 등을 고려하면 쉽게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진퇴양난이다.

 

Ⓒ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이미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2% 포인트(미국 4.5% vs 한국 2.5%)인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가 미국의 금리인하로 그 격차가 줄어들면 달러가치 하락과 원화가치 상승으로 연결되어 환율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가뜩이나 관세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인하 유혹이 있지만 부동산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쉽게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유로존 등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겹치면서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일부 해소되고, 한·미 금리차도 축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350~1,400원 사이를 등락하며 점진적 하락(원화 강세) 가능성이 전망된다.

금리 하락 구간에서는 채권 투자 매력이 높다. 채권은 발행될 때 명시되어 있는 연간 이자율을 표면 금리(Coupon Rate)라고 하고,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시장가격에 매수했을 때 실제 얻는 수익을 수익률(Current Yield)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에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 채권은 듀레이션(채권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어 금리 변동에 대한 가격 변동 폭이 커서 자본 이익(Capital gain)과 손실(Capital loss)이 클 수 있다. 따라서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높은 이자수익 이외에도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이때 장기 채권이 단기 채권보다 자본 이익이 크다. 만약 금리 상승 사이클에서는 단기 채권을 보유하는 편이 자본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향후 예상된 재료를 먼저 반영하여 가격이 움직인다. 주식시장에서 현명한 투자자들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소식(호재)이나 나쁜 소식(악재)에 한발 앞서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즉 뉴스가 선 반영된다는 얘기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처럼 한발 앞선 투자가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다는 얘기다.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이미 채권가격에 반영되었다. 최근 미국 10년물 및 30년물 국채 금리가 상당히 빠졌다가 약간 상승했다. 연초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57% 수준이었으나 7월말 4.36%, 8월14일 현재 4.32%로 연초대비 0.25% 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상반기 동안 미국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5% 이상으로 올랐다가 최근 연초 수준(4.79%)과 비슷한 4.92% (8월 14일 현재)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대략 3.7~4.0%, 30년물은 4% 초반을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큰 10년물과 30년물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수록 가격 상승폭도 크다. 즉 듀레이션 효과로 금리가 1% 하락할 때 10년물 채권 가격은 대략 7~8%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채권 가격 상승, 투자 심리 개선, 발행 확대, 금리 변동성 축소 등 채권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에 이미 기대가 상당부분 반영된 점과 대규모 국채 발행 등의 부담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다양한 국내외 채권형 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높은 주가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 향후 금리인하가 이미 채권가격에 반영되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금리 하락에 변함이 없어 채권 투자로 연간 5%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