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S NEW YORK FASHION WEEK HIGHLIGHTS #4

- 코치·토리 버치·샌디 리앙이 그려낸 2026년 봄의 스펙트럼

2025-09-17     김다영 에디터

| 코치 COACH

코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코치가 2026년 봄 시즌을 맞아 ‘낙관주의’와 ‘뉴욕적 감각’을 담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는 부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브랜드 본연의 긍정적 에너지를 강조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대담한 해석을 이어갔다.

이번 컬렉션은 뉴욕의 1970년대부터 시애틀의 1990년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여정을 반영했다. 디스트레스트 데님과 가죽, 그런지 무드의 아이템 위에 풍선·별·하트가 장식된 시스루 드레스 같은 유쾌한 디테일을 더해, 세련됨과 거친 매력이 공존하는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냈다.

코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코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루즈한 테일러링과 매치된 가죽 재킷, 낡은 듯한 부츠와 스니커즈, 무심하게 재단된 스웨이드 재킷은 도회적 감성을 드러냈다. 또 시애틀, 샌타크루즈, 디트로이트, 피닉스, 뉴욕 등 베버스가 사랑하는 도시를 담은 티셔츠와 셔츠 드레스가 눈길을 끌었다. 와이드 팬츠와 크롭 톱, 거친 마감의 젠더리스 룩은 이번 시즌의 키 트렌드를 반영했으며, 세 가지 남성복 패턴을 믹스한 팬츠와 플리츠 스커트는 빈티지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상의와 아우터는 슬림한 실루엣으로 정제해 대비를 이루었다.

또한 업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데님·가죽과 올이 풀린 듯한 니트웨어는 Z세대의 빈티지 취향을 겨냥했다. 액세서리 역시 브랜드의 핵심을 충실히 담았다. 기하학적 라인과 키스락 프레임을 적용한 더플·배럴 백·파우치는 목걸이처럼 착용 가능한 소형 버전으로 변주되며 뉴욕의 거리에서 마주치는 우연한 사물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코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 토리 버치 TORY BURCH

토리 버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아메리칸 스포츠웨어에 보다 여성적인 시선과 로맨틱한 감각을 더한 토리 버치의 이번 컬렉션은 정교함과 파격,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균형 속에서 여성들의 다층적인 스타일을 담아냈다.

버치는 이를 보다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샘플러에서 영감을 얻은 자수 실크 스웨터에는 디자인 팀 멤버들의 이니셜을 새겼고, 버튼다운 셔츠와 파이핑 블레이저는 아버지에게, 앤티크 태피스트리에서 착안한 새 모티프의 비딩 카디건은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순진하면서도 따뜻한 자수 장식은 해진 듯한 프레피 폴로 셔츠나 기발한 테일러드 수트와 대비를 이루며, 교차 짜임의 울 블레이저·로우 웨이스트 팬츠·풍성한 플리츠 스커트로 쿨한 실험성을 보여줬다.

 토리 버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토리 버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또한 앤티크의 향수를 반영한 드레스들은 낮과 밤을 자연스럽게 잇는 룩으로 제안됐다. 블랙 시드 비딩 드레스, 필 쿠페 새틴과 실크 오간자의 보트넥 드레스, 1950년대풍 키튼 힐, 그리고 슬립웨어를 연상시키는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와 라메 셔츠·루렉스 자카드 스커트가 그 예다.

버치는 “조용한 럭셔리는 끝났다. 이제는 즐거움과 로맨스를 담을 때”라며 블루·옐로 팝 컬러, 핑크·레드 모노크롬 드레스로 산뜻하면서도 실용적인 무드를 강조했다.  유머러스한 기발함이 다소 절제된 대신, 이번 시즌의 스포츠웨어는 여전히 생기와 개성,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토리 버치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 샌디 리앙 SANDY LIANG

샌디 리앙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Sandy Liang

샌디 리앙은 이번 시즌 ‘셀프 크리에이션(Self-Creation)’을 주제로,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대적 향수를 결합한 개성 있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차이나타운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그곳 할머니들의 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하며, 향수·판타지·초현실주의가 뒤섞인 독창적인 무드를 완성했다.

샌디 리앙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Sandy Liang
샌디 리앙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Sandy Liang

쇼는 첼시의 레스토랑 ‘부다칸’에서 펼쳐졌으며, 고양이 만화가 그려진 드레스와 핸드백, 계단식 러플 드레스와 나이트가운, 겉면에 드러난 케어 라벨 등이 재치 있게 무대를 채웠다. 인형의 집과 다마고치에서 영감을 얻은 모티프도 더해져 유년의 감각이 현대적으로 변주됐다.

리앙은 특히 플로럴 드레스와 레이어링에서 ‘차이나타운 할머니’의 스타일을 떠올리며, 라운드 칼라 코트 안에 푸른 깅엄 스커트와 브라를 매치하는 자신만의 레이어링을 제안했다. 파스텔 톤의 라운드 숄더 재킷, 유머러스한 핸드백, 화이트 타비 슈즈는 그녀의 달콤하면서도 발랄한 미학을 강조했다. 또한 속옷을 그대로 덧댄 트라페즈 실루엣 드레스는 그녀 특유의 위트와 기발함을 보여주며, 쇼 노트에 적힌 “이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냈다.

샌디 리앙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Sandy Li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