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멧갈라 화장실에서 찍은 단체 셀카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패션 오스카로 불리는 이 행사를 위해 홍보 담당자들은 몇 달을 준비하지만, 결국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레드 카펫에서 연출된 순간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무대 뒤에서 탄생한다.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선보인 2025 F/W 컬렉션 역시 ‘금기의 매력’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쇼의 무대는 붉은 조명이 감도는 거대한 공중 화장실을 연상시켰다. 미켈레는 이를 “디스토피아적이고, 불안하며, 마치 데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2025 F/W 컬렉션은 전통적인 오피스 룩에 신선한 변주를 더하며, 포멀과 스트리트, 테일러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뎀나 바잘리아(Dwmna Gvasalia)는 데님 펜슬 스커트에 뾰족한 하이힐과 코르셋 디테일의 화이트 셔츠를 매치해 강렬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여기에 로우테크 무드의 부드러운 슈즈, 팝한 컬러의 ‘스윔 드레스’ 등 예상치 못한 조합이 더해지며 한층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이번 컬렉션의 컨셉 ‘Standard’는 일상 룩에 집중하고 있으며, 단순한 평범함을 넘어 새로운 감각을 탐
에르메스(Hermè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나데주 반헤(Nadège Vanhée)는 항상 정확한 패션의 맥을 짚어낸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빈티지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더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에르메스는 견고한 헤리티지를 가진 만큼 반헤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녀는 이번 컬렉션에서 남성복과 테일러링에서 영감을 얻어 클래식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사실, 이 컬렉션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에르메스의 옷장 속 아이콘들에 대한 탐구로 하우스의 포지셔닝과 완벽
듀란 란팅크(Duran Lantink)의 2025 F/W 컬렉션은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과 대담한 실험정신으로 패션계를 강타했다. 브랜드를 상업적 무대로 확장하면서도 창작의 자유를 놓지 않는 란팅크는 매 시즌 독창적인 패션 서사를 써 내려가며, 이번 시즌 역시 그 한계를 넘어섰다. 이번 쇼 역시 파격적인 피날레로 시선을 압도했다. 여성의 몸을 본뜬 몰딩을 입은 모델이 런웨이를 가로지르며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이는 단숨에 미디어를 장악하며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 냈다.쇼는 익숙한 풍경에서 시작됐다. 헤드셋을 쓴 채 서류를
오프 화이트(OFF-White) 2025 F/W 컬렉션은 'State of Resistance'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공동체 정신과 포용적 비전을 담아냈다. 고(故)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는 생전, 흑인 창업자와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I Support Young Black Businesses' 캠페인과 'Post Modern' 장학금 프로젝트 등을 통해 흑인 문화와 유산을 기리며, 사회적 메시지를 패션에 반영해 왔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패션계에서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움직임은 점차 줄어
셰미나 카말리(Chemena Kamali)가 이끄는 끌로에(Chloé)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보헤미안 감성의 룩으로 패션의 진화를 세련되게 풀어냈다. 볼륨감 있는 셔링 블라우스와 러플 디테일이 돋보이는 브라렛 등을 메인 아이템으로 활용해 다양한 시대를 표현하고 여성의 다채로운 면모와 상반된 특성을 표현했다.이번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가을의 색감을 닮은 아이보리와 피치 컬러의 실크 블라우스다. 넓은 숄더와 볼륨감 있는 소매, 풍성한 플리츠, 두툼한 커프스가 장식된 재킷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우아한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퍼
톰 포드(Tom Ford)의 2025 F/W 시즌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의 첫 컬렉션이었기 때문이다. 2023년 톰 포드가 런웨이를 떠난 후, 피터 호킹스(Peter Hawkings)가 그 자리를 메웠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하우스는 다시 변화를 맞이했다. 아커만은 취임 당시 톰 포드의 유산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하며, 그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강렬한 데뷔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톰 포드와 하이드 아커만, 두 디자이너 사이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FW25 컬렉션은 도시와 자연, 그리고 한 여성의 내면에 공존하는 두 세계를 탐구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손(Jonny Johansson)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이번 시즌 역시 북유럽에 뿌리를 둔 그녀의 정체성과 자연과의 연결을 조명하는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 강인한 개성을 지닌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시어링 소재 퍼 바디수트는 이번 컬렉션이 지닌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구현한다. 앞면은 부드럽고 따뜻
디올(DIO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를 둘러싼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후보로 거론되며, 최근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펜디와 협상 중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우리는 컬렉션 준비에 흔들림 없이 집중했다. 이번 시즌, 그녀는 여성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대신, 미국 연극 연출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에게 5막의 퍼포먼스를 의뢰하며 더욱 실험적인 접근을 시도했다.이번 컬렉션은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
피터 뮬리에(Pieter Mulier)의 단일 원사에 대한 애정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졌다. 전통적인 바느질 기법을 벗어나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한 그는 하나의 연속된 실로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실루엣을 창조했다. 알라이아 창립자 아즈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가 항상 그랬듯, 패션 시스템의 속도와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 자유를 추구하며, 독창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이번 시즌 컬렉션은 역사, 지리, 조각, 여성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해 '경계 없는 아름다움의 힘'을 표현했다. 핵심 디자인 요소는 도넛 모양의 패딩
디떼 레프스트룹(Ditte Reffstrup)의 가니(Ganni) 2025 F/W 컬렉션은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느낀 세상의 무게를 반영한 감성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퍼프 소매의 플레어 코트, 커튼 프릴을 닮은 스웨지 스커트, 오버 사이즈의 드레이프 팬츠, 페플럼 디테일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장미 정원이 떠오르는 로츠 패턴 자카드와 플레어 얼룩말 스트라이프 데님 맥시 코트는 브랜드의 대담하고 감각적인 면모를
김해김(Kimhekim)창립 10주년을 앞둔 김인태 디자이너는 그동안 독창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감각으로 패션계를 뒤흔들어왔다. 2025 F/W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이번 컬렉션 역시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과거의 빛나는 순간들을 회고했다.특히, 최근 발레에 대한 그의 열정이 반영된 이번 컬렉션은 유려한 실루엣과 섬세한 디테일로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한층 부각했다. 투명한 시스루 룩이 런웨이의 적막을 깨우며 시작을 알렸고, 이어 등장한 케이프, 커버업, 코트 등의 아이템이 등장해 실루엣의 과감한 변주를 이루며 쇼의 흐름을 주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는 2025 F/W 시즌, 카드 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로얄 플러시’ 컬렉션을 선보였다. 브랜드 특유의 정교한 재단과 풍부한 원단 사용이 돋보이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패션계의 불확실한 흐름 속에서도 확실한 승부수를 던진 것! 스페이드, 클럽, 다이아몬드, 하트 등의 카드 문양이 디자인 요소로 활용됐고, 맞춤형 재킷의 앞부분에는 장식된 카드를 삽입하거나 레드 벨벳 재킷에는 거대한 하트 모양 패치 포켓을 추가했다. 더불어 긴 네이비 코트와 새틴 봄버 재킷 위로는 카드 문양이 흘러내리는 듯한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이번 시즌 ‘날것의 매력(Raw Glamour)’이라는 제목 아래,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매혹과 우아함의 틀을 깨며, 현대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옷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백스테이지에서 프라다는 검은색 드레스가 현재의 어두운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프라다의 '리틀 블랙 드레스'는 단순한 블랙 드레스가 아니다. 어두운 헤링본 원단으로 만들어진 넉넉한 실루엣, 해체된 듯한 가장자리,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낙관적인 시대를
막스마라(Max Mara)는 2025 F/W 시즌 도시적인 세련미보단 시골 풍경을 닮은 우아한 낭만이 더해진 컬렉션을 공개했다. 특히 허리를 강조하고 폭이 넓은 스커트 실루엣이 중심을 이루며 클래식하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막스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는 이번 컬렉션이 브론테 자매의 문학과 멘델스존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쇼의 무드 보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과 거친 황무지 속 고독한 여성의 이미지로 채워져 있었다. 컬렉션에서는 풍성한 실루엣과 클래식한 테일러링이
마르니(Marni)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리소(Francesco Risso)는 2025 F/W 컬렉션을 통해 전쟁 전 독일 베를린의 퇴폐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카바레 세트장에서, 게스트들은 작은 테이블에 앉아 마티니를 마시며 패션과 에술이 결합된 공연을 감상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예술적인 협업으로 탄생했다. 리소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두 아티스트, 슬론(Slawn)과 솔저(Soldier)와 함께 20일간 협업하며, 그림과 패션, 그리고 가구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펜디(Fendi)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보인 2025 F/W 컬렉션은 브랜드의 유산을 기념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럭셔리한 룩으로 구성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는 이번 컬렉션이 브랜드의 방대한 아카이브가 아닌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100주년 컬렉션에서는 여우, 밍크, 검은 담비 등 퍼를 활용한 코트가 돋보였다. 퍼는 브랜드를 설립한 그녀의 조부모, 에도아르도 펜디와 아델 카사그란데 펜디가 초기에 제작했던 핸드백을 연상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수요일 아침, 질 샌더(Jil Sander) 쇼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 달 동안 이어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시와 루크 마이어(Lucie and Luke Meier)의 퇴진설이 현실이 되면서, 이번 쇼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행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도 분위기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쇼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눈물을 흘리며 OTB 그룹의 창립자 렌조 로소(Renzo Rosso)와 포옹을 나누었고, 꽃을 받는 모습이 그 어떤 성명보다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이
디젤(Diesel)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컬렉션 중 가장 드레시하고 세련된 컬렉션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로우 웨이스트 청바지의 시각적 효과를 드롭 웨이스트 코트와 칵테일 드레스로 변형하는가 하면, 그가 Y/프로젝트(Y/Project)에서 즐겨 사용했던 서스펜디드 스커트 구조를 적용한 룩도 등장했다. 리얼 트위드, 하운드투스 패턴, 저지 소재의 트롱프뢰유 프린트를 활용한 시크한 실루엣도 눈길을 끌었다.쇼의 분위기는 기괴하면서도 독창적이었다. 약 8,000명의 아티스트가 크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가 2025 F/W 컬렉션에서 본능과 이성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브랜드 창립자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본능은 진정성과 장인 정신을, 이성은 최고급 테일러링과 소재의 품질을 반영한다”라며 이번 컬렉션이 이러한 신념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컬렉션은 정교한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편안한 착용감을 강조했다. 네크라인에 바게트 컷 크리스털이 장식된 A라인 셰브론 드레스처럼 우아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아이템부터 승마 바지, 라발리에르 타이, 방수 케이프, 리본 디테일의 포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