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FFANY <WITH LOVE, SEOUL>
사랑은 때마다 대상과 형태를 달리하지만, 그 안의 본질만큼은 언제나 영원하다. 티파니가 188년간 이어온 유산도 마찬가지다. 거쳐온 시간과 수많은 해석 속에서도 사랑을 향한 열정만큼은 동일하다. 티파니는 1837년 뉴욕의 문구점에서 출발해 다이아몬드를 취급하기 시작하며 사랑의 형태와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하이 주얼리 하우스로 성장했다. 이러한 티파니의 헤리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산이 서울에 도착해 있다. 12월 14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서 열리는 전시 <With Love, Seoul>은 하우스의 기원을 관통해 온 전통·창의성·디자인·혁신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Love of Legacy, Love of Creativity, Love of Design, Love of Expression까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브랜드를 정의해 온 결정적 순간과 상징적 작품 60여 점을 통해 하우스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창의성과 유산을 조명한다. 더욱이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우하는 도시 서울에 대한 깊은 유대감 역시 보여준다. 먼저 19세기 티파니 블루 북 아카이브 커버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특별 문양에 대한민국 국화인 무궁화를 디자인 요소로 적용해 아름다움을 이끌어 냈다. 여기에 한국계 캐나다 현대미술 작가 크리스타 킴(Krista Kim)의 비주얼 아트 작품을 함께 전시해, 디지털 미디어와 AI 생성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예술·기술·인간의 연결 지점을 탐구한다.
하우스의 유서 깊은 헤리티지
티파니의 188년을 지탱해 온 창조적 유산은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Louis Comfort Tiffany), 장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 세 인물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들의 궤적을 깊이 살필 수 있다. 먼저 브랜드의 초석을 놓은 창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남긴 대표적 유산 중 하나는 1887년 프랑스 왕실 보석 경매에서 인수한 ‘크라운 주얼리(Crown Jewelry) 브로치’다. 티파니는 이 인수를 통해 유럽 왕실이 간직해 온 상징성과 품격을 브랜드의 철학으로 품어냈고, 사랑을 대표하는 하이 주얼리 하우스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진주·에메랄드·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이 작품은 티파니가 사랑의 상징을 어떻게 실물로 구현해 왔는지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는 아카이브다.
반면 첫 아트 디렉터인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는 자연과 빛, 색의 세계를 탐구하며 예술 주얼리의 지평을 넓혔다. 그가 디렉팅한 ‘블랙 오팔 네크리스(Black Opal Necklace)’는 오팔과 데만토이드 가넷이 만들어내는 깊은 색조와 빛의 결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색채에 대한 그의 실험적 감각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젬스톤 고유의 광채와 에나멜 기법을 결합한 방식은 지금도 브랜드의 여러 디자인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장 슐럼버제가 쌓은 다채로운 사랑의 미학
티파니의 미감을 오늘의 차원으로 확장한 인물은 장 슐럼버제다. 그의 디자인은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애정한 데서 출발했지만, 그 형태는 언제나 조형적 해석에 가깝다. 자연이 지닌 유기적 리듬과 조형적 대비는 하우스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형태로 번역하는 과정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말미잘, 바다 꽃, 깃털, 가시처럼 생명체의 구조와 에너지를 금속과 젬스톤의 언어로 변주하며, 티파니가 이어온 ‘자연을 향한 시선’에 새로운 깊이를 더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이러한 조형적 접근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먼저 ‘버드 온 어 록(Bird on a Rock)’ 브로치는 큼직한 젬스톤 위에 가볍게 앉은 새의 형태를 통해 슐럼버제 특유의 유머와 생동감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헤지 앤 플라워(Hedges and Flowers)’ 네크리스는 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옐로 사파이어·터콰이즈를 조합해 자연의 질감과 색감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반면 ‘플뢰르 드 메르(Fleur de Mer)’ 클립은 말미잘과 불가사리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컬러 다이아몬드를 통해 자연의 유기적 형태를 장인 정신으로 응축한다. 세 작품은 슐럼버제가 자연을 향한 애정과 관찰의 깊이를 어떻게 조형적 언어로 확장했는지, 그리고 그가 티파니의 미감을 어떤 방식으로 재정의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조형적 상상력은 티파니의 디자인 코드에 깊이 스며 있으며, 브랜드가 사랑·상징·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여전히 영향을 남긴다. 그 덕분에 슐럼버제의 세계를 마주하는 일은 티파니가 바라보는 사랑의 면면을 주얼리의 빛·형태·색으로 번역해 확인하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티파니의 상상력과 빛을 이끄는 두 창의적 리더,
빅토리아 워스 레이놀즈& 크리스토퍼 영
전 세계 티파니의 스토리텔링과 전시, 아카이브,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이끌며 브랜드의 창의적 방향을 조율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영과 하이 주얼리의 핵심 스톤을 직접 선별하며 티파니의 빛과 품질을 책임지는 수석 보석학자 빅토리아 워스 레이놀즈. <With Love, Seoul>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두 인물에게 티파니의 헤리티지와 창의성,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들어갈 티파니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빅토리아 워스 레이놀즈 (Victoria Wirth Reynolds)
WWD KOREA 티파니에서 어떠한 역할을 통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VICTORIA 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티파니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보석을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사용되는 모든 원석들을 직접 선별하는데, 저는 이 과정을 ‘오디션’이라고 부릅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보석들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채굴된 최고 품질의 보석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저에게 ‘마법 같은 울림’을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커리어를 시작하던 날만큼이나 여전히 설레고 긴장감 넘칩니다.
WWD KOREA 하이 주얼리 분야에서 여성 리더로 성장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VICTORIA 입사 이후, 제가 맡아온 모든 역할이 지금의 수석 보석학자로 이어지는 중요한 여정이었습니다. 커스텀 디자인과 트로피 제작부터 다이아몬드 감정 업무까지, 모든 경험이 보석을 향한 제 애정을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연구소에서 수만 개의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며 절단의 미묘한 차이와 구조에 매료됐고, 이는 보석학 학위보다 더 큰 배움이었습니다. 티파니 최초의 여성 수석 보석학자로서, 그리고 다이아몬드 트레이서빌리티 분야의 리더십을 강화한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WWD KOREA 티파니에서의 커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VICTORIA 38년간 티파니와 함께하며 뜻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들이 ‘티파니 다이아몬드(The Tiffany Diamond)’를 착용했을 때입니다.
WWD KOREA 티파니의 하이 주얼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와 철학은 무엇인가요?
VICTORIA 1837년 설립 이후, 티파니는 탁월한 장인 정신과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유서 깊은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이 긴 시간은 변함없는 품질과 세련됨의 증거이며, 이런 가치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제게도 큰 영감을 줍니다. 오늘날 티파니의 하이 주얼리 디자인은 이러한 전통적인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브랜드를 미래로 이끌고 있죠. 특히 ‘블루 북 컬렉션(Blue Book Collection)’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석들을 선보이며, 티파니의 변치 않는 품질과 창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WWD KOREA 이번 <With Love, Seoul> 전시를 통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VICTORIA 1956년, 당시 티파니 회장직을 맡았던 월터 호빙(Walter Hoving)이 장 슐럼버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주얼리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희귀한 컬러 스톤과 다이아몬드를 다루며 티파니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 내 개인 스튜디오와 살롱에서 작업을 이어갔고, 그의 작품은 세상을 향한 생동감 넘치는 시각과 광범위한 미적 세계를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장 슐럼버제의 유산을 기리는 일은 한 거장에 대한 경의이자,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입니다.
WWD KOREA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요?
VICTORIA 너무나 어려운 질문인데요, 아카이브 작품 중에서도 제가 특히 아끼는 작품은 장 슐럼버제의 ‘트로페 드 발리앙스(Trophée de Vaillance)’ 클립과 1960년의 ‘헤지 앤 플라워(Hedges and Flowers)’ 네크리스입니다. 두 작품 모두 티파니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대표하죠.
WWD KOREA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관람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시나요?
VICTORIA 전시의 각 챕터를 통해 티파니의 유서 깊은 유산 속으로 몰입하고, 티파니 블루 박스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Wonder)’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WWD KOREA 오랜 역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현대적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VICTORIA 티파니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핵심 가치를 잃지 않은 채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디자인과 기술의 혁신을 수용하고, 윤리적 원자재 조달에 대한 헌신을 확대하며, 브랜드 유산을 존중하는 창의적 문화를 육성해 왔습니다. 이러한 발전 덕분에 티파니는 새로운 세대의 고객들과 소통하면서도, 럭셔리와 정밀함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WWD KOREA 티파니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VICTORIA 200년에 달하는 유산을 지닌 티파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 정신과 품질에 대한 헌신을 통해 ‘사랑’의 다채로운 형태를 기념하는 하이 주얼리 하우스입니다.
크리스토퍼 영 (Christopher Young)
WWD KOREA 티파니에서 ‘지금’을 만든다는 건 어떤 일인가요? 지금 맡고 계신 역할부터 여쭙고 싶습니다.
CHRISTOPHER 티파니의 188년에 달하는 역사와 창의적 유산을 오늘의 관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전시는 아름다운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야기·정신·철학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다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티파니가 왜 특별한지, 그리고 무엇이 브랜드를 20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앞서 나가게 했는지를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WWD KOREA <With Love, Seoul>이라는 전시명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받은 영감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열렸기에 더욱 특별해진 지점이 있을까요?
CHRISTOPHER 서울은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지닌 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런 도시의 분위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크고 화려한 작품을 앞세우기보다, 티파니가 지닌 창의성과 장인정신을 보다 우아하고 시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죠. 한국 관객이 티파니의 깊은 유산에 차분히 몰입하고, 새로운 발견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담아 큐레이션했습니다.
WWD KOREA 이전 런던·도쿄 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 전시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CHRISTOPHER 서울에서 펼쳐진 <With Love, Seoul>은 특히 티파니의 창의성 그리고 보석에 대한 사랑을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찰스 L. 티파니의 혁신적 기업가 정신,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의 예술적 세계, 쟌 슐럼버제의 꿈과 환상을 담은 디자인 등 티파니를 대표하는 세 시대의 이야기들을 서울 전시에서 가장 풍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WWD KOREA 특별히 시도한 연출이 있다면요.
CHRISTOPHER 전시의 입구를 장식한 무궁화 모티프는 한국 관객을 향한 우리의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상징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티파니 아카이브 작품을 한국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더욱 겸허한 자세로 작품 하나하나를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WWD KOREA 이번 전시에서는 티파니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어떤 흐름으로 보여주고자 했나요?
CHRISTOPHER 티파니의 역사는 찰스 루이스 티파니로부터 시작해,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그리고 쟌 슐럼버제까지 이어지는 창의성의 계보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이들의 시대를 자연스럽게 잇는 하나의 흐름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티파니가 하이 주얼리 세계에 남긴 기여와 혁신을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WWD KOREA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진행할 때, 티파니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CHRISTOPHER 티파니는 세계적 예술가·디자이너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풍부한 유산과 장인정신, 그리고 약 200년에 가까운 명성 덕분에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티파니와의 협업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꿈꾸는 사람들을 초대하며, 함께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여정을 이어갑니다.
WWD KOREA 티파니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현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CHRISTOPHER 티파니는 언제나 시대의 감수성을 넘어서는 혁신과 새로움을 추구해 왔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장인적 기법을 개발하며,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능력을 키워 왔습니다. 이러한 전통이 브랜드를 계속해서 현재와 연결시키는 힘이 됩니다.
WWD KOREA 이번 전시에서 설계할 때 빛·공간·사운드 등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신 부분이 있다면요.
CHRISTOPHER 서울에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크리에이티브 인스톨레이션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속에서도 한눈에 ‘티파니다움’을 느낄 수 있는, 우아하면서도 압도적인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탐험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면서도, 보석이 지닌 감정적 울림이 전시 후에도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성했습니다.
WWD KOREA 전시를 디렉팅하며 가장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요?
CHRISTOPHER 저는 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스케치하고 드로잉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연극적이고 잠재의식적인 세계,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을 자극했던 그 영역이 지금의 제 창작에도 깊이 들어와 있죠. 이 상상력을 티파니의 작품과 전시에 담아 관객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주고자 합니다.
WWD KOREA 티파니의 언어로 ‘사랑’을 정의한다면?
CHRISTOPHER 저는 그 답이 매우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꿈, 희망, 약속, 미스터리 그리고 장인정신이 담겨 있는 티파니 블루 박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