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음악과 예술이 만나는 멧 갈라(Met Gala)가 있다면, 자연을 위한 ‘더 낫(The Nat) 갈라’도 탄생했다. 9월 21일, 유엔총회를 하루 앞두고 뉴욕 클래식 카 클럽 맨해튼(Classic Car Club Manhattan)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기후 주간(Climate Week)의 개막 무대이자, 7,11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자연 금융 격차(Nature Finance Gap)’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 첫 번째 갈라였다. 자연 금융은 숲·바다·생물다양성 같은 자연 자산을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해 마련되는 투자와 재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연간 약 8,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투입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에 불과해 그 차이를 메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문화의 중심에 자연을, 자연의 중심에 문화를 둔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연 없이는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창립자 게일 갤리(Gail Gallie)는 갈라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하며 “더 낫은 자선이 아닌 시스템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밴 존스(Van Jones)의 사회로 진행됐다. ‘네이처 스튜어드(NATure Stewards)’ 프로그램에서 세계적 아이콘들이 무대에 올라 자연 보전을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는 힌두 이브라힘(Hindou Ibrahim)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번 위기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신뢰의 위기”라고 말했고, 에콰도르 아마존 원주민 리더 네몽테 넨퀴모(Nemonte Nenquimo)는 “문제를 만드는 건 사람들이 아니라 경제·정치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제인 폰다(Jane Fonda)는 지속가능성을 통해 패션을 재정의하고 럭셔리도 윤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를 치하했다. 맥카트니는 무대에 올라 “우리는 더 낮은 환경 영향을 주는 소재를 선택하고, 정부가 혁신·입법·정책 변화에 투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 문제는 패션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우리는 속삭일 시간이 없다. 사랑과 창의, 멈출 수 없는 신념으로 외쳐야 한다. 패션은 단순히 우리가 입는 옷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구와 인류, 그리고 미래의 건강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세대를 넘어 해양 생태 보호에 헌신해온 실비아 얼(Sylvia Earle)을 소개하며 그 활동을 치하했다. 또한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 창립자 피터 셀리그만(Peter Seligmann)은 오랜 리더십과 헌신을 인정받아 무대에 올랐으며, 그는 “절대적인 해답이나 단 하나의 길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수천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행사의 마지막은 모델 겸 배우 사브리나 엘바(Sabrina Elba)가 장식했다. 그는 “우리를 움직이는 건 통계가 아니라, 이야기와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더 낫 갈라는 아마존의 클라이밋 플레지(The Climate Pledge by Amazon)를 비롯해 딜로이트(Deloitte), 서비스나우(ServiceNow),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세일즈포스(Salesforce), 로레알(L’Oréal), 스포티파이(Spotify), 글로벌 유니버시티 시스템(Global University Systems)의 후원을 받았다. 또한 플래너터리 가디언스(Planetary Guardians)와 이트 재단(EAT Foundation)도 파트너로 함께했다. 한편 이번 행사의 수익금은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 유니세프(UNICEF), 오픈 플래닛(Open Planet)과의 협력을 통해 자연 복원·교육·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