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꿀 미래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많다. 많은 것을 기계가 대체하는 AI 시대, 리테일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다가올 변화에 대해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이 리테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추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내년부터 자동화가 본격화될 경우,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이 최대 60억 달러의 비용 절감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2026년 영업이익을 20%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으로, 업계 전체에 대규모 순풍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분석은 직무를 태스크 단위로 나누고 AI가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소매 판매원의 업무 가운데 18퍼센트는 AI로 대체 가능하다. 평균 연봉 3만7천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직원 한 명당 연간 7천 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무·관리 지원은 44%, 보안 요원은 31%,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25%까지 자동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룰루레몬의 경우 직원 한 명당 절감액은 1만4,300달러에 이르며, 전체 인력 3만9천 명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5억6천만 달러 규모다. 내년 절반만 실현되고 5% 도입 비용으로 쓴다고 가정해도 2억7천만 달러가 절감되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보다 영업이익을 15% 끌어올리는 효과다.
이런 수치는 갭, 메이시스, 빅토리아 시크릿 과 같은 기업에 특히 의미가 크다. 직원 수가 많은 백화점은 자동화로 얻는 효과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분석된다. 또한 재무 구조가 불안한 기업 역시 절감 효과가 더 직접적이다. 반면 패션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인력이 슬림해 절감 폭이 제한적이다.
AI의 활용은 이미 시작됐다. 패션 리테일러들은 재고 관리와 공급망 자동화, 수요 예측 및 플래닝, 그리고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챗봇 기반 고객 응대는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향후에는 마케팅과 가격 책정, 지역 맞춤형 재고 관리, 나아가 AI가 탑재된 신제품 개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Warby Parker는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인간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업계는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직원들이 AI를 활용해 새롭게 시간을 쓰고 일의 성격을 재구성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Ralph Lauren은 최근 앱에 AI 기반 스타일링 기능 ‘Ask Ralph’를 도입했다. 브랜드·혁신 총괄 데이비드 로렌(David Lauren)은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분명 가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실제로 탐구하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보고서는 이번 분석이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에이전틱 AI(agentic AI)’에 집중해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보틱스와 같은 물리적 시스템과 연결된 ‘엠바디드 AI(embodied AI)’까지 확장하면 파급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전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소비자의 쇼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