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al insight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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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럭셔리 산업은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영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면세 쇼핑 혜택이 폐지되면서 시장의 위축이 빠르게 찾아왔고 새로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증세 정책이 더해져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빅토리아 베컴, 던힐 등 주요 영국 럭셔리 브랜드들은 검증된 경영 인재들을 CEO로 영입,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럭셔리 산업의 어려운 시기를 돌파할 4인의 새로운 리더를 소개한다.

 

빅토리아 베컴, CEO 시빌 다리카레르 루넬

크리스챤 디올과 갤러리 라파예트 출신의 시빌 다리카레르 루넬(Sybille Darricarrère Lunel)이 지난 7월 빅토리아 베컴의 새로운 CEO로 부임했다. 그녀는 임시 CEO였던 랄프 톨레다노의 뒤를 이어 브랜드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빅토리아 베컴은 “강인하고 창의적이며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여성 리더가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며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지닌 그녀의 경험이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빌 다리카레르 루넬은 이전에 크리스챤 디올 쿠튀르의 글로벌 가죽 제품 사업부 디렉터로 재직하며 다섯 개 컬렉션의 제품 기획과 생산, 세일즈, 리테일,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했다. 빅토리아 베컴의 주요 투자사인 NEO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창립자 데이비드 벨하센은 시빌 다리카레르 루넬이 “제품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과 추진력이 빅토리아 베컴의 진정한 잠재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베컴을 새롭게 이끄는 CEO 시빌 다리카레르 루넬 ⓒVictoria Beckham 
빅토리아 베컴을 새롭게 이끄는 CEO 시빌 다리카레르 루넬 ⓒVictoria Beckham 

 

던힐, CEO 매튜 아이브스

리슈몽(Richemont) 그룹 소속의 남성복 브랜드 던힐은 그룹 출신 인재 매튜 아이브스(Matthew Ives)를 새 CEO로 재영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강한 영향력의 다이아몬드 브랜드 디비어스의 최고상업책임자(SVP, CCO)를 지낸 인물로, 앞으로 리슈몽 패션&액세서리 메종의 CEO 필립 포르투나토에게 직접 보고를 진행한다. 필립 포르투나토는 “매튜의 럭셔리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리슈몽 내 경험은 던힐의 다음 챕터를 이끄는 데 결정적일 것”이라 밝혔다. 현재 던힐은 두바이몰과 해러즈 신규 부티크 오픈, 내년 본드 스트리트 매장 준비 등 리테일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튜 아이브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이먼 할러웨이와 함께 “던힐을 영국 남성 럭셔리의 상징적인 하우스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매튜 아이브스는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으로 맥킨지앤컴퍼니 컨설턴트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카르티에와 반클리프앤아펠에서 리테일 디렉터를 역임했다. 리슈몽 그룹은 알라야, 끌로에, 델보, 몽블랑, 지안비토 로시, 피터 밀러, 퍼디, 세라피안 등 패션 및 액세서리 브랜드를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던힐을 새롭게 이끄는 매튜 아이브스 ⓒRichemont
 던힐을 새롭게 이끄는 매튜 아이브스 ⓒRichemont

 

스텔라 매카트니, CEO 톰 멘덴홀

스텔라 매카트니는 올해 초 LVMH가 보유한 소수 지분을 되사들이며, 독립 브랜드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브랜드는 톰 멘덴홀(Tom Mendenhall)을 CEO로 선임했다. 그는 랄프 로렌의 폴로·더블RL 브랜드 사장을 거쳐, 톰 포드에서 18년간 COO와 글로벌 머천다이징 디렉터로 활약한 럭셔리 베테랑이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톰 멘덴홀의 폭넓은 경험과 윤리적 가치에 대한 공감이 브랜드의 미래를 견고히 할 것”이라며 “그는 나와 같은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톰 멘덴홀 역시 “스텔라 매카트니는 강인하고 따뜻한 여성이 이끄는 강력한 브랜드”라며 “그녀와 함께 브랜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되어 기대된다”고 전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2001년 설립된 이후 전 세계에 36개의 직영점과 11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LVMH가 보유한 소수 지분을 되사들이며 독립 브랜드로서 발돋움을 시작한 스텔라 맥카트니  ⓒJamie Stoker/WWD
최근 LVMH가 보유한 소수 지분을 되사들이며 독립 브랜드로서 발돋움을 시작한 스텔라 맥카트니  ⓒJamie Stoker/WWD

 

모니카 비나더, CEO 세바스찬 피카르도

데미파인 주얼리 브랜드 모니카 비나더는 창립자 자매 모니카와 가비 비나더가 한발 물러나고, 캐나다 럭셔리 백화점 홀트 렌프류의 전 CEO 세바스찬 피카르도(Sebastian Picardo)를 새 수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버버리, 넷어포터, 알렉산더 맥퀸 등에서 요직을 맡아온 인물이다. 세바스찬 피카르도는 “지금이야 말로 모니카 비나더가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결정적 시점”이라며 “북미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영향력과 혁신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브랜드 창립자 모니카 비나더는 예술감독으로 남아 브랜드의 감성을 이어가며, “그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이해하는 리더”라며 “지속가능성과 진정성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모니카 비나더는 ‘데미파인 주얼리’ 카테고리의 선구자로, 아트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맞춤 각인 서비스, 리페어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영국 왕세자비, 셀레나 고메즈, 다코타 존슨, 지지 하디드 등이 애용하며, 지속가능한 생산으로 2022년 퀸즈 어워드와 2025년 포지티브 럭셔리 ‘비즈니스 오브 더 이어’ 상을 수상했다.

모니카 비나더에 새롭게 영입된 세바스찬 피카르도.
모니카 비나더에 새롭게 영입된 세바스찬 피카르도.

네 브랜드의 새로운 CEO 영입은 단순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브랜드가 직면한 동시대적 이슈인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성장, 그리고 럭셔리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인물들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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