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전개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안전 자산인 달러와 금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반면에 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의 함정에 빠졌다. 이스라엘이 재보복 공격을 개시하고 이란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에서 120~130 달러대까지(한화 약 12만 원대에서 18만 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상승한다면 기대했던 긴축 완화와 금리 인하도 상당 기간 미뤄질 것이다.

우리나라 원화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환율 상승)했다. 원 달러 환율은 1년 5개월 만에 달러당 1,380원대로 치솟았고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1,4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물가 급등세는 좀처럼 가라앉을 조짐이 없어 보인다. 사과 값을 필두로 웬만한 농산물 및 생필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이 20~30% 이상씩 오르면서 3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2월에 이어 3.1%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좀처럼 기준 금리를 내릴 조짐이 없이 2023년 이후 3.5%인 기준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도 3월에 2750포인트를 돌파하더니 다시 힘없이 2700포인트 아래로 하락했다. 금융시장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는 모습이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고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의 목표를 달성한다. 따라서 물가 추이는 기준 금리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최근처럼 물가가 고공 행진 하고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면 중앙은행은 쉽사리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 또한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준, FED)의 금리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미연준은 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늦추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3월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5월을 거쳐 6월 인하 전망도 낮아 보인다. 그만큼 물가 불안이 큰 과제다.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다 보니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원화를 비롯한 일본 엔화, 중국 위완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일본은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지만 엔화 가치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34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53엔을 상회하고 있다. 또한 중국 위완화는 중국 경기의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로 달러당 7.2위완을 넘나들고 있어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위력 앞에 힘을 못 쓰고 있다.

통상 고금리가 유지되면 기업은 차입 비용이 늘어나서 이익이 줄어들거나 한계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계도 대출 금리 상승으로 여유 자금이 감소하고 소비가 줄어들어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업 대출을 장려한다. 하지만 늘어난 유동성은 물가 불안 요인이 되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미연준의 딜레마가 여기서 발생한다. 정부와 민간에서는 죽겠다고 아우성이지만 한번 상승한 물가는 쉽사리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결정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For Higher For Longer’ 즉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떤 준비가 좋을지 검토해 보자. 환율은 상대성이다. 즉 미국의 기준 금리가 5.50%로 우리나라 기준 금리인 3.50%보다 2% 포인트 높다 보니 자금 흐름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의 금리 차이가 계속 유지되고 미국의 경기 호황이 지속된다면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 후반 또는 1,4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 정책을 변경하는 피봇 결정이 9월 또는 11월에 나온다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므로 달러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1,350원대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좋다.

고환율은 수입 가격을 올려 물가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은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는 수출 기업들에게 가격 경쟁력의 혜택을 준다. 즉 환율과 수출과 주가는 상호 작용을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 이상으로 상승하면 일본의 대표적 수출 기업 주가가 상승하고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도 함께 하락하는 동조화 현상이 심하다. 즉 환율이 높으면 수출 경쟁력도 높고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이 늘어나서 주가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고환율에 유리한 반도체 및 자동차 관련 종목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다. 또한 향후 경기 회복기에 수혜를 볼 산업과 종목을 선별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프로그램 중심에 있는 종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 변동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다면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의 금리가 최근 수년 중에 매우 높은 수준이라 장기투자 관점에서는 채권을 꾸준히 사 모으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미국 10년과 30년 국채 투자 열기는 연초 4% 초반이었던 국채 금리가 4.5%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투자 손실을 본 상태이지만 장기적으로 4%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수익을 볼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新3高 현상이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 가운데서 성공 투자의 지혜를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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