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 증시는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경기 침체에다 외국인 이탈과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 세계에서 나 홀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간 (12월 6일 기준)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가 6.3%, S&P 500 지수가 6%, 나스닥지수가 8% 상승한 반면 국내 코스피는 5%, 코스닥은 11% 하락했다.

언젠가부터 ‘국장 (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다’ 또는 ‘미장 (미국 증시)에서는 세금(양도소득세)을 내지만 국장에서는 원금 (손실)을 낸다’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투자자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아직도 한국 주식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가지고 있냐’는 비아냥 깔린 탄식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이미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로 돌아섰고 테슬라,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7종목으로 갈아타서 큰 수익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다 이제는 ‘탄핵’의 소용돌이까지 몰아치자 ‘진작에 국장을 떠났어 야지’하는 탄식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11월에 미국 주식형 펀드에 순유입된 국내 투자금이 1조 9,814억 원이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12월에도 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11월 말 기준 무려 1,070억 달러 (약 151조 원)를 초과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442억 달러, 2023년 말 680억 달러에서 매년 5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서학 개미들의 최애(最愛) 종목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로 지난 미국 대선전인 11월 5일 이후 순매수 금액이 급증하여 최근 (12월 4일)에 보유 금액이 무려 205억 달러 (약 30조 원)데 달하고 있다. 이 기간에 테슬라 주가도 251달러에서 12월 6일 389달러로 무려 55% 이상 급등했다. 한국 기업들이 어렵게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에 버금가는 투자 수익을 테슬라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것이다. 웃픈 일이다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심정).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 2%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고려하면 매우 양호한 성장세다. 기업들이 인공지능 (AI)을 필두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 이상을 기록하자 전 세계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는 28%, 나스닥 지수는 30% 상승했다.

내년 미국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보고서가 많다.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지수 기업들의 올해와 내년 수익 성장률이 10~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말 S&P 500 지수가 현재의 6100 포인트에서 5~15% 상승한 6500~7000 포인트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경고음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째 이어지는 상승세에 피로감이 쌓이고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높은 관세정책과 이민 제한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미국 연준 (FED)이 최근의 금리 인하 정책을 유보하게 되면 새로운 금융 충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사상 최고치다.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 (PER)은 23배를 초과하며 지난 5년간 평균치인 20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는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치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초부터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 등을 매도하여 현금 비중을 꾸준히 늘려 최근 약 450조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상 최대 규모다. 아마 버핏은 증시 조정이나 싼 주식을 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동학개미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코스피는 연초대비 7% 이상 하락했으며 코스닥은 무려 23% 이상 하락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꼴찌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6개월간 12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5년 최저가 기록을 갱신하며 한때 5만 윈 이하로 추락하기도 했다. 최근의 5만 4,000원은 지난 7월 중순 8만 8,800원 대비 무려 40%나 하락했고 장부가(BPS) 5만 5,376원 수준이다. 최근까지 6만 또는 7만 전자를 외치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를 이어가던 개인 투자자들의 희망 고문은 이제 큰 상처만 남게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출과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한국 경제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2%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증시는 역사적 저평가 수준인 코스피가 PER 8배 PBR 0.8배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수의 기업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자사주 매입 소각 및 배당 증액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주가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증시에도 볕 들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워런 버핏의 명언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 국장(국내 증시)을 떠나 미장(미국 증시)으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든다. 차라리 버핏이 말했듯이 “회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있을 때가 회사를 사야 하는 가장 좋은 때다”를 생각하며 싼 주식을 찾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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