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트럼프는 철저히 이웃 나라의 경제적 궁핍을 유도하여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이웃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을 펼치고 있다. 아직 관세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협상가 트럼프를 고려하면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고 자유무역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보복관세율은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인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145%, 중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125% 관세율을 발표하며 실질적인 관세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생각했던 대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 높아진 관세는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 분명하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일 것이며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면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50%가 넘는다는 전망도 있다. R (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식시장은 하루에 5~10%대의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고,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4.5%에 근접하며 변동성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는 분석이 있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수치화하여 주식시장이 현재 공포에 휩싸여 있는지, 아니면 탐욕이 가득한지를 보여주는 공포 탐욕 지수 (Fear & Greed Index)가 있다. 이 수치가 0에 가까우면 공포 구간이며, 100에 가까우면 탐욕 구간으로 해석하는데 이 지수가 이달 초에 4를 기록하며 극도의 공포(Extreme Fear) 상태를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으며, 시장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늘어나서 관세 수입 증가보다 재정 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도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다.

지난 5년간 승승장구하던 미국 주식시장이 트럼프 발 관세 폭탄으로 하락장(Bear Market) 초기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주가가 지난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면 하락장이라고 규정하는데, 지난주 미국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올해 1월 사상 최고치 대비 각각 21% 와 27% 하락했다가 최근 반등하기는 했지만 계속 상승을 이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인 서학 개미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고 지금 매도해야 할지, 아니면 바겐세일에 참여해서 추가 매수해야 할지 고민이 거듭되고 있다.

주식 등 금융시장이 급락할 때 이를 ‘떨어지는 칼날’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떨어지는 칼날을 잡아야 할 때와 잡지 말아야 할 때’로 구분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과도한 공포 심리나 기업이나 시장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겨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가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상황처럼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락하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성을 되찾고 주가는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하락장에서 바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투자자들이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매수했다가 더 큰 하락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고, 하락 도중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데드 캣 바운스 백(Dead Cat Bounce Back)을 보고 상승 신호로 착각하여 매수에 뛰어들었다가 추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어 ‘떨어지는 칼날’을 언제 잡아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철저한 분석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주식가격은 기업의 펀더멘털로 회귀한다. 따라서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해서 주가의 적정 수준을 판단한 후 매수 또는 매도 결정을 해야 한다. 즉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신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존 템플턴이나 워런 버핏은 ‘남들이 사면 팔고, 남들이 팔면 사는 역발상 투자’를 강조했다.

떨어지는 칼날이 위험하고 무섭기는 하지만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된다. 즉,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 K 반도체, K 방산, K 조선, K 원자력, K 바이오 등 세계적인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지닌 기업을 발굴해서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존 템플턴도 ‘좋은 주식이란 성장 산업의 리더 기업이며 기술적 우위와 우수한 경영진을 갖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다’고 했다.

또한 인공지능(AI)은 미래 기술의 대세다. 관련 산업과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좋은 주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워런 버핏은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회사를 아주 싼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바로 이런 주식을 골라야 한다. 다만 바닥이라고 생각하여 한 번에 매수하기보다는 분할 매수하는 전략(Dollar Cost Averaging)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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