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미리 Amiri

Amiri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Amiri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샤토 아미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컬렉션 현장에서 마주한 인사는 마이크 아미리가 이번 시즌 상상해낸 환상의 호텔로 관객을 이끄는 첫 장면이었다.

2026년 봄 컬렉션을 위해 마이크 아미리는 카로 뒤 탕플의 철과 유리 구조 아래에 실제 분수와 자갈길을 설치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몽환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매 시즌 하나의 세계관을 정교하게 구축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아미리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몰입형 경험을 완성했다

Amiri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Amiri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Amiri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Amiri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이번 시즌 역시 마이크 아미리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갔다. 화려한 장식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메리카나 무드가 조화를 이루는 그의 전매특허 룩은, 스팽글이 흩뿌려진 폴로 스웨터, 정교한 장식이 빼곡히 더해진 봄버 재킷, 자수가 놓인 워크웨어 아이템 등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루즈하게 떨어지는 수트에는 길게 늘어진 라펠이 더해졌고, 우아한 무드의 스모킹 재킷은 벨벳, 프린트 실크 트윌, 유려한 자카드 소재로 전개됐다. 컬러는 민트, 라즈베리, 스카이블루처럼 바랜 듯 몽환적인 파스텔 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일부 룩에는 아티스트 웨스 랭(Wes Lang)이 로스앤젤레스의 샤토 마몽 호텔에서 한 달간의 레지던시 중에 그린 새 드로잉이 수놓였다.

아미리가 이번 컬렉션을 구상할 때 떠올렸던 공간은 바로 이런 분위기의 은신처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곳, 누구도 체크아웃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낭만적인 호텔.

| 릭 오웬스 Rick Owens

Rick Owens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Owenscorp
Rick Owens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Owenscorp

릭 오웬스가 또 한 번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번 2026년 봄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는 글래머와 우아함, 가죽의 강인함에 ‘할리우드 불러바드’식 퇴폐미까지 덧입혀, 아름다움과 쇠퇴가 공존하는 하나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Rick Owens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Owenscorp
Rick Owens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Owenscorp
Rick Owens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Owenscorp
Rick Owens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Owenscorp

컬렉션은 오웬스가 천착해온 테마, 즉 ‘죽음과 유산, 그리고 쇠퇴’에 대한 사유를 더욱 밀도 있게 담아냈다. 파리 팔레 갈리에라에서 진행 중인 회고전과도 맞닿아 있는 이번 시즌은, 과거 아카이브를 다시 꺼내는 방식으로도 이를 드러냈다. 첫 쇼룸 모델이자 현재는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테리앤 프렌켄이 2000년대 초반 니트를 재해석했고, 뉴욕 펑크 밴드 수어사이드와 협업한 해체적 가죽 재킷, 실크 태피터와 나일론 캔버스로 변주된 페티시 무드의 플라이트 재킷과 파카도 눈에 띄었다.

이번 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스트랩 디테일은 남성의 몸을 장식하는 동시에 피부를 드러내는 장치로, '위험이나 행동, 어쩌면 영웅주의로 향하는 신호'를 암시한다. 지난 시즌의 드라큘라 칼라도 다시 등장해, 무너짐과 극적인 스타일링 사이를 오가는 오웬스의 미학을 재확인시켰다.

| 드리스 반 노튼 Dries Van Noten

Dries Van Noten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Dries Van Noten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드리스 반 노튼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안 클라우스너가 선보인 첫 남성복 컬렉션은, 전통적인 워드로브에 대한 존중과 화려한 상상력 사이의 조화를 향한 탐색이었다.

장식 없는 거친 콘크리트 공간에서 펼쳐진 쇼는 오페라 코트, 바이커 쇼츠, 보트넥 톱, 스팽글 쇼츠까지, 포멀과 스포티, 드레스업과 언더드레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믹스매치로 구성됐다. 다양한 소재로 변주된 커머번드는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하며, 클라우스너의 스토리텔링을 하나로 엮었다.

Dries Van Noten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Dries Van Noten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Dries Van Noten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Dries Van Noten Men’s Spring 2026 Ready-to-Wear Collection ©Giovanni Giannoni/WWD

해변에서 해돋이를 기다리는 로맨틱한 남성의 이미지, 그리고 밤이 깊어갈수록 더 멋져지는 순간들을 상상하며 구축한 이번 컬렉션은, 무대 밖의 발레리노에서 화려한 밤을 즐기는 클러버까지 다양한 남성성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클라우스너 특유의 낭만적인 스토리텔링과 견고한 테일러링 감각은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우아함을 가지고 놀되, 캐주얼한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클라우스너의 말처럼, 이번 데뷔는 드리스 반 노튼의 미학을 이어가며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유연하고도 인상적인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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