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 The Frame
창의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 영화와 패션의 만남은 서로의 미학을 담은 협업으로 이어지며 브랜드 아카이브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확장시킨다.
F1 × TOMMY HILFIGER × IWC
서킷을 둘러싼 속도와 열기만큼 치열한 건 포디움과 드라이버들을 향한 브랜드들의 경쟁이다. 럭셔리 하우스부터 글로벌 테크 기업까지, 거대한 자본과 영향력이 얽힌 스폰서십은 포뮬러 원을 단순한 모터스포츠를 넘어 거대한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브래드 피트와 댐슨 이드리스가 출연한 영화 는 극 중 가상의 레이싱 팀 ‘APXGP’ 공식 스폰서로 타미 힐피거를 내세우고, 이를 기념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모터코어’ 감성과 레이싱의 기술적 미학, 대담한 컬러, 에너지 넘치는 실루엣이 어우러졌다.
메카닉 셔츠, 바시티 무드의 비건 레더 재킷, 테일러드 데님 진, 메리노 울 니트 폴로 등 기능성과 스타일을 겸비한 아이템들로 구성됐으며, 특히 영화 속 댐슨 이드리스가 착용한 레드 퀼팅 재킷은 실물을 그대로 재현해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IWC 샤프하우도 ‘APXGP’의 팀 컬러와 레이스 카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코드와 디테일을 디자인에 반영한 그린 다이얼의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선보였다. 브래드 피트가 극 중 착용한 커스터마이즈 시계를 모티프로 완성된 이번 모델은, 영화 속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한 상징적 오브제다. 전 세계 드라이버들이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패독 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타미 힐피거와 의 협업은 포뮬러 1의 영향력이 패션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WES ANDERSON × MONTBLANC
전설적인 감독 웨스 앤더슨이 몽블랑이 구현한 가상의 공간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단편 필름 캠페인을 선보였다. 루퍼트 프렌드, 마이클 세라, 와리스 알루왈리아와 함께한 이 캠페인은 ‘글쓰기’의 창조적 가치를 유쾌하게 담아냈으며, 정교한 미장센과 상징적인 펜 오브제로 자기표현으로서 글쓰기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캠페인과 함께 밀라노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앤더슨이 디자인한 ‘슈라이벌링 (Schreiberling)’ 펜과 ‘글쓰기의 즐거움’을 담은 다양한 필기구가 공개되며 몽블랑의 핵심 유산을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몽블랑과 웨스 앤더슨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몽블랑은 감독의 신작에 맞춰 1920년대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코랄 컬러 ‘루즈 앤 느와르’ 리미티드 에디션과 1950년대 감성의 ‘149’ 커스텀 모델을 특별 제작했다. 극 중 ‘버스라이트 펜’으로 불리는 펜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유일한 유품이며, 펜 캡 안쪽의 이니셜과 메시지가 이야기 후반부의 반전을 이끈다. 두 줄의 링과 섬세한 인그레이빙 디테일은 몽블랑의 장인 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THE SMURFS × FENTY × PUMA
어딘가 스머프를 닮은 듯한 사랑스러운 실루엣. 푸마와 펜티(FENTY)의 협업 컬렉션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리한나가 스머페트의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클래식 캐릭터 스머프의 세계관을 담은 감각적인 스니커즈를 선보인 것.
이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반티(Avanti)’ 스니커즈다. 청량한 블루 컬러로 스머프 특유의 아이코닉한 색감을 풀어냈고, 어퍼에는 데님 소재를 적용해 캐주얼한 무드와 견고한 구조감을 동시에 잡았다. 브랜드 특유의 유연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스머페트 참 장식, 투명 아웃솔에 새겨진 버섯 패턴의 위트 있는 디테일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니트 세트업과 그래픽 티셔츠, 후디 등 총 6종의 의류 아이템이 더해져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KIMHEKIM 김해김
한국 애니메이션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에 최초로 진출하던 순간 김해김이 함께했다. 감독 정유미와 디자이너 김해김의 협업으로 완성된 단편 애니메이션 이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것. 감정의 서사를 따라가는 섬세한 연필 드로잉 위에 김해김의 감각적인 컬렉션 피스들이 더해지며 새로운 방식의 패션 내러티브가 탄생했다. 은 안경을 고치기 위해 시력 검사를 받으러 간 주인공이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하고, 억압된 감정과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정교한 드로잉과 절제된 연출로 담아낸 작품이다.
김해김 디자이너 김인태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참여해 의상, 소품, 배경 등 전반적인 시각 요소를 총괄하며 작품의 감정적 밀도를 높였다. 그는 극 중 ‘안경사’로 등장해 서사를 끌어가는 존재로도 기능한다. 특히 주인공이 착용하는 진주 장식의 안경은 김해김의 시그니처 아이템 중 하나로, 새로운 시야와 태도의 시작을 의미하며 정체성 회복의 전환점을 상징했다. 이 외에도 검정 슈트는 억눌렀던 감정의 균열을, 쿠튀르 드레스는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절정을 암시했고, 리본 슈즈와 로고 플레이트 백 등 김해김의 아이코닉한 오브제들은 극 중 감정선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인물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했다.
EDITOR MINJEONG KIM
PHOTO COURTESY OF CHANEL, IWC SCHAFFHAUSEN, MATCH CUT INC., MONTBLANC, PUMA, TOMMY HILF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