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트 KHAITE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케이트가 2026 봄 시즌을 통해 다시 한 번 ‘불완전함 속의 자신감’을 정의했다. 거칠지만 세련된 미학을 선보이며, 케이트 우먼이 가진 강렬한 태도와 내면의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어둠과 안개가 드리운 런웨이 무대에서 모델들은 ‘깨진 빙하’를 연상시키는 구조물 위를 걸어 나왔다. 이는 불안정한 길 위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은유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서린 홀슈타인은 “자신감은 불안함과 자기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쇼는 케이트 특유의 정수를 담은 룩으로 시작됐다. 가죽 블레이저와 다크 블루 진, 블랙 힐의 단순한 조합이었지만 옆선을 절개한 재킷은 비대칭적 감각을 드러냈다. 이어 데님, 레더, 슈즈, 캐시미어와 함께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주요 카테고리들이 전개됐다.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홀슈타인은 이번 시즌을 자신의 경험과 본능에서 풀어냈다. 둘째 아이 출산 후 보낸 여름과 첫째 아이를 통해 되살아난 젊은 시절의 감정을 옷으로 담아낸 것이다. “10대 시절 옷을 잘라 입던 기억에서 출발했다”는 말처럼 울트라 크롭트 톱, 언발란스 팬츠, 과장된 코르셋 등이 등장했다. 해체적 디테일과 튤 장식은 ‘두려움 없는 실험’을 보여주었다. 데이비드 린치와 미국 남서부의 어두운 단면에서 영감을 받은 룩은 웨스턴과 어반 그릿의 충돌로 확장됐다. 커다란 버클 벨트, 트임 스커트, 디스트레스드 레더, 피셔맨 재킷, 자수 시스루 셔츠 등이 이를 대변했다. “너무 예쁘지도, 완벽하지도 않게”라는 그의 설명처럼 날것의 매력이 돋보였다.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케이트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Khaite

피날레는 켄달 제너와 빈스 월튼이 입은 손뜨개 니트와 도트 스커트로 장식됐다. 거칠지만 통제된 감각, 불완전함 속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은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며 케이트 우먼의 자신감 있는 발걸음을 재확인시켰다.

 

| 알렉산더 왕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성숙한 무드로 뉴욕 패션위크 캘린더에 복귀했다. 뉴욕의 전설적인 ‘왕 걸(Wang Girl)’은 한동안 논란 속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이번 시즌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와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관객들이 처음 마주한 장면은 마사 스튜어트의 마작 플레이였다. 왕의 어머니 또한 마작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컬렉션은 그녀와 스튜어트 같은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오마주였다. 컬렉션은 프레피 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울트라 쇼트 셔츠드레스 위에 아가일 니트 베스트를 레이어드하고, 뻣뻣하고 짧은 그레이 테일러링은 허리 라인을 절개해 곡선을 드러냈다. 철제 브리프케이스를 든 새로운 ‘왕 걸’은 출근길에 바지를 잊고 나온 듯 보였지만, 동시에 파티를 즐기는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또 하나의 키워드는 ‘컨버터빌리티(convertibility)’였다. 카디 비가 입은 초콜릿 컬러 페이크 퍼는 거대한 코트로 등장했다가, 다음 순간에는 블랙 보디콘 드레스로 변주돼 퍼 장식을 그대로 이어갔다. 왕은 파워풀한 룩이 블랙·레더·스터드로만 정의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녹아내린 듯한 니트 레이스와 금속사로 완성한 카디건 트윈 세트는 체인메일 같은 질감을 구현하며 날카로운 페미니니티를 표현했다. 드라마틱한 와토 백과 판초 역시 그의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은 아이템으로, “중국 여성들이 즐기는 햇빛 차단과 레인웨어를 오간자나 라텍스로 해석해본 것”이라 설명했다.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알렉산더 왕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Alexander Wang

마지막으로 왕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며 ‘왕 컨템포러리(Wang Contemporary)’라는 이름의 새로운 확장을 예고했다. “재단도, 갤러리도, 문화센터도 아닌 무언가”라며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 안나 수이 Anna Sui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안나 수이는 이번 시즌을 통해 다시금 자신만의 보헤미안 감성을 드러냈다. 첼시 호텔에서 열린 쇼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공간의 역사와, 그녀가 꾸준히 지켜온 빈티지적 낭만을 동시에 불러냈다.

이번 컬렉션의 영감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모였던 메이블 다지 루한 하우스에서 비롯됐다.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D.H. 로런스가 1919년 자발적 망명 후 머물렀던 이곳은 안셀 아담스, 조지아 오키프, 밀리센트 로저스 등과 함께 ‘문학적 식민지’라 불리던 예술의 장이었다. 수이는 이를 쇼 무대에 옮겨와 “뉴욕을 다시 기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런웨이에는 로저스가 입었을 법한 보헤미안 부두아르(란제리에서 유래한 관능적 스타일) 룩이 줄지어 등장했다. 물결 러플의 슬립 드레스, 프린트 메시 가디건과 팬츠, 올화이트 레이스 벨보텀 팬츠와 튜닉까지. 수이는 마지막 룩을 두고 “이 옷으로 결혼식을 올린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안나 수이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그녀의 시그니처인 베이비돌 드레스는 스터드 장식의 와이드 블루 진과 매치돼 새롭게 해석됐다. 시스루 레이어드, 발레 니트 카디건, 몽환적인 프린트는 수이가 늘 지켜온 보헤미안 감성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드러냈다. 또한 존 플루복과 협업한 로제트 장식 슈즈와 스카프는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보물처럼 빈티지 감각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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