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몬 로샤 Simone Rocha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시몬 로샤가 이번 시즌 그려낸 캐릭터는 바로 '투덜대는 데뷔탕트(disgruntled debutante)'. 이를 통해 젊고 발랄하면서도 은근히 관능적인 무드를 담아낸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영감의 출처는 모린 프릴리(Maureen Freely)가 1992년에 발표한 한 편의 에세이였다. 어머니의 옷을 억지로 입어야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글로, 이 서사가 컬렉션 쇼에서도 이어졌다. 맨션 하우스를 빠르게 걸어 나오는 모델들은 무뚝뚝한 표정과 팔짱 낀 포즈로 반항적인 기운을 드러냈고, 도리스 데이의 경쾌한 곡에서 세일럼과 화이트 링의 ‘위치 하우스’ 특유의 암울한 사운드까지 아우른 배경 음악은 쇼 전체에 기묘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입혔다.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모델들은 반짝이는 브라톱과 얇은 시스루 후프 스커트, 퀼팅된 베드 재킷과 비닐 레인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이는 로샤가 기존의 러플, 늘어진 리본, 진주 자수에서 한발 물러나 새로운 스타일을 탐구한 시도였다. 일부 모델들은 브로더리 앙글레즈 레이스로 장식된 가죽 베개를 끌어안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런던 런웨이의 화두였던 엉덩이 주변 볼륨 역시 빠지지 않았다. 로샤는 드레스와 스커트에 버슬과 파니에를 적용하며, 그녀의 시그니처인 크리놀린을 노출했다. 다만 이번에는 밝은 색과 가벼운 소재, 블루머와 소년풍 브리프를 더해 한층 소녀적이고 천진한 무드를 연출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로샤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페티코트와 후프 스커트를 겨드랑이까지 끌어올려 드레스를 흉내 내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쇼에서 펼쳐진 ‘성인 여성성’에 대한 탐구가 사실상 개인적인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부재 속에서 로샤는 이번 시즌 런던 패션위크의 확실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뚜렷한 시각을 지켜내며, 이를 새로운 방향으로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로샤는 “저만의 근본과 코드를 다시 돌아보고 싶었어요. 그것들을 당겼다가 밀어내며 새롭게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라고 전했다.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시몬 로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 록산다 Roksanda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록산다 일린칙(Roksanda Ilincic)이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조각적인 실루엣과 선명한 색채로 상징되는 그녀는 이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남다른 무대를 선택했다. 바로 최근 문을 연 ‘챈서리 로즈우드(Chancery Rosewood)’ 호텔의 광활한 볼룸으로, 1960년대 지어진 구(舊) 미국 대사관 건물을 개조해 완성된 공간이다.

이번 시즌 그녀는 자신의 아카이브를 되짚었다. 풍성한 벨 슬리브로 수많은 모방을 낳았던 절제된 드레스, 실키한 긴 셔츠 드레스, 그리고 새콤한 캔디 컬러로 완성된 드레이프 이브닝웨어까지 다시 무대 위에 올렸다. 늘 그렇듯 여성 아티스트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그녀는 이번 시즌, 매끄럽게 다듬어진 유기적 조형과 곡선형 컷아웃, 조약돌 같은 형태로 유명한 조각가 바바라 헵워스(Barbara Hepworth)를 참조했다.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컬렉션은 다소 화려한 디테일로 채워졌다. 재킷과 드레스에는 긴 프린지와 스트랩이 늘어졌고, 목선과 밑단에서는 다채로운 라피아 장식이 뾰족하게 솟아올랐다. 블랙 펜슬 드레스에는 러프(ruf)를 연상시키는 라피아 장식이 목과 스커트에 더해졌으며, 넓은 어깨선의 재킷과 트렌치코트는 모델이 걸을 때마다 다리를 스치듯 휘감는 두툼한 프린지가 돋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한 실루엣이었다.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 가볍고 레이저 컷 처리된 원단으로 새롭게 재해석된 투톤 벨 슬리브 드레스, 그리고 디자이너가 특히 사랑하는 페더웨이트 타페타로 제작된 코발트 블루 후드 케이프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밝은 색 포인트를 더한 블랙 컷아웃 가운은 단순함 속에서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브랜드의 다음 장을 열어갈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록산다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Roksanda

 

| 나타샤 진코 Natasha Zinko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런던에서 가장 도발적인 클럽 중 하나인 박스 소호(The Box Soho)는 누드 퍼포머들로 유명한 쾌락주의자의 놀이터다. 그런 만큼 나타샤 진코가 2026년 봄 컬렉션을 선보이기에 더없이 완벽한 무대였다. 이번 쇼는 술에 취한 밤과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Love and Loathing in Las Vegas) 에서 영감을 받았다.

“파티에 갈 때는 멋지게 차려입고 싶잖아요. 하지만 밤이 끝날 즈음이면 옷의 모습이 달라지죠. 저는 그 변화를 좋아해요. 오히려 파티가 끝났을 때의 모습이 더 솔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코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쇼의 시작은 래퍼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미 캐시와 그의 연인인 모델 폴리나 그리바노바가 열었다. 두 사람은 지쳐버린 듯한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했다. 캐시는 밝은 옐로 스네이크스킨이 장식된 가죽 세트업과 닳아 해진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비틀거리며 런웨이를 걸었고, 그리바노바는 블랙 새틴 코르셋 드레스에 담배로 만든 왕관을 쓰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등장한 진코의 파티 크루들은 담배를 피우고 돈을 흩뿌리며 런웨이를 내려왔다. 무질서한 듯 보였지만 동시에 거칠고 세련된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녀는 비대칭 폴로셔츠와 버튼다운 셔츠, 그리고 담배 프린트 새틴 오버코트까지, 기본 아이템들을 과감하게 비틀어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풀어냈다.

이번 컬렉션은 ‘클린 걸(Clean Girl)’ 미학이나 ‘조용한 럭셔리’처럼 여성에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을 강요하는 온라인 트렌드에 대한 반발이었다. 대신 런던이 지닌 그런지, 펑크, 록앤롤의 강렬한 역사에 뿌리를 두었다.

진코는 웃으며 덧붙였다.
“런던에서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여기잖아요.”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나타샤 진코 2026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 ©Natasha Zi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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