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버리 Burberry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버버리는 이번 2026 봄 시즌 컬렉션에서 음악과 패션의 강력한 결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1960년대의 자유분방한 틴에이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는 “패션과 음악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영국 여름 페스티벌과 〈쿼드로페니아: 어 모드 발레(Quadrophenia: A Mod Ballet)〉, 그리고 샘 멘데스의 비틀즈 전기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켄싱턴 가든 대형 텐트에서 열린 쇼의 시작은 1960년대 아이콘 트위기였다. 큼직한 속눈썹과 짧은 드레스로 상징되는 그는 모델에서 배우, 가수, 무용수로 활동을 확장하며 청년 문화를 대변해왔다. 트위기는 “보이밴드 오기 전에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먼저 입장을 서둘렀고, 뒤편에서는 K-팝 스타와 엘튼 존, 스켑타, 센트럴 씨, 진 갤러거 등 화려한 뮤지션 라인업을 향해 관중들이 환호를 보냈다. 쇼장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런웨이에는 팝아트 톤의 체크 패턴이 입혀진 짧고 경쾌한 A라인 코트가 등장했다. 모델들은 롱 스카프와 첼시 부츠, 갤러거 형제풍의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드레스는 민소매이자 가볍고 산뜻했으며, 매크라메와 체인메일 구조에 손뜨개와 자수가 더해졌다. 여기에 진흙이 많은 페스티벌 현장을 고려한 플랫 레이스업 부츠와 긴 프린지가 장식된 오버사이즈 백이 더해져 실용성과 개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리의 도전은 실루엣에서도 두드러졌다. 종아리와 발목까지 내려오던 긴 드레스와 오버사이즈 코트 대신 다시 짧아진 기장이 런웨이를 채웠다. 그는 “작은 옷은 모델이 걸을 때 임팩트가 덜하기 때문에 오히려 단정한 실루엣이 더 어렵다”며, 이번 시즌은 새로운 형태를 축하하는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수트 역시 날렵하게 다듬어져, 1960년대 감각을 담은 긴 재킷과 광택감이 더해진 스타일로 완성됐다.

버버리의 시그니처인 워터프루프 기능도 새롭게 확장됐다. 리는 “트렌치 외에 어떤 소재를 방수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데님, 코튼, 라피아 직물에 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브랜드의 근간을 다시 꺼내와 현대적으로 활용한 시도였다.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버버리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Giovanni Giannoni/WWD

이브닝웨어에서는 광채가 한층 강조됐다. 핑크·그린·실버 스팽글로 버버리 체크를 수놓은 미니 킬트, 실키한 보머 재킷, 그리고 타이다이 기법을 입힌 화려한 수트가 무대를 물들였다. 이날의 컬렉션은 영국이 다시 한 번 스윙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처럼 다가왔다.

 

| 수잔팡 Susan Fang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수잔 팡은 2026 봄 컬렉션에서 자연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3,000년 후의 미래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몽환적인 무대를 펼쳤다. 런던 바비칸 온실에 설치된 두 개의 거대한 투명 구체는 그 미래 세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상징했다.

쇼는 영화적 연출로 시작됐다. 댄서 케이 콜링스가 우주선처럼 부풀려진 버블을 활용해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어 경쾌한 스틸팬 음악이 흐르자 팡은 기술과 전통 공예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공개했다. 다이슨 출신 엔지니어이자 현재 브랜드의 액세서리와 슈즈 라인을 이끄는 그녀의 남편 오렐리오 드 종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3D 프린팅으로 ‘자라난’ 버섯과 산호 모티프의 핸드백, 안경, 그리고 강렬한 퍼플 드레스를 구현했다.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한편 팡은 전통적인 기법에도 주목했다. 비즈 스모킹을 통해 반투명 드레스, 톱, 가방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패턴을 더했고, 입체적인 패치워크로 풍성한 드레스를 완성하는 ‘에어 퍼즐(air-puzzle)’ 기법도 시도했다.

또한, 새롭게 결혼한 두 사람은 다양한 웨딩 룩을 선보였으며, 세 가지 슈즈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나이키와 함께한 두 가지 스니커즈와 어패럴 캡슐, 멜리사와 협업한 그린·핑크·블루 컬러의 스포티 러버 발레리나 슈즈, 그리고 한국계 영국 브랜드 록피시와 함께한 플러피 부츠가 그 결과물이었다.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수잔 팡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Susan Fang

 

| 코너 아이브스 Conner Ives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미국 출신 디자이너는 애디슨 레이의 네온 핑크 활용에 위트를 더하며, 자신과 긴밀한 커뮤니티를 쇼에 초대했다.

코너 아이브스는 2026 봄 컬렉션에서 네온 핑크를 중심으로 한 대담하고 유쾌한 색채 실험과 ‘Protect the dolls’ 메시지를 통해 패션과 공동체 정신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번 쇼는 런웨이를 넘어, 다양성과 연대를 기념하는 무대로 완성됐다.

그의 시그니처 티셔츠인 “Protect the dolls”는 이미 SNS와 거리에서 화제를 모으며 페드로 파스칼, 틸다 스윈튼, 찰리 XCX, 하이더 아커만 등이 선택했다. 아이브스는 “이 티셔츠는 단순히 ‘지켜라’가 아니라, ‘고용하고, 지지하며,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언론인 오스만 아메드가 런웨이 데뷔 후 “나는 60만 달러 이상이 아니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데, 아이브스가 트랜스 라이프라인을 위해 그 금액을 모금했다”며,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 아닌 걷는 사람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전한 일화는 이 메시지를 더욱 강화했다.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런웨이에는 오버사이즈 네온 핑크 폴로 셔츠, 재활용 자개 스팽글과 데드스톡 실크 시폰으로 제작된 드레스, 그리고 체인메일 드레스가 등장해 아이브스의 대담하고 두려움 없는 정신을 표현했다. 또한 깃털 장식의 레드 드레스, 라일락 시어 드레스와 매칭된 헤드밴드, 버블껌 핑크 스팽글 드레스 등 경쾌한 색채의 룩이 무대를 물들였다. 네온 핑크는 뮤지션 애디슨 레이와 스타일리스트 다라 앨런의 협업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아이브스는 “2025년에 패션에서 이런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는 건 드물다. 이번 컬렉션은 미래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이며, 20~30년 뒤 패션 학생들이 이 쇼를 참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코너 아이브스 봄  2026 레디투웨어 컬렉션 ©Conner 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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