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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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뎀나 시대가 열렸다. 지난 3월 구찌 차기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한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지난 9월22일 포토그래퍼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가 촬영한 37벌의 의상과 트렁크로 구성된 룩북 ‘라 파밀리아’를 통해 구찌에서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구찌의 ‘구찌다움(Gucciness)’을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성격과 태도를 지닌 인물들로 구성된 ‘라 파밀리아’를 창조했다”고 WWD와 가진 첫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에 대한 업계 반응은 어떨까? WWD가 발빠르게 확인했다.

 

 

파멜라 골뱅, 패션 큐레이터

패션 큐레이터 파멜라 골뱅(Pamela Golbin)은 “뎀나의 데뷔 컬렉션은 명확한 목표를 담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안정시키고, 창의적 주도권을 회복하며, 하우스의 스토리텔링을 새롭게 쓰는 동시에 헤리티지를 재해석하는 것. 그는 이를 모두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평했다. “뎀나가 구찌를 하나의 가족, 즉 ‘구찌 라 파밀리아’로 재구성했다며, 캐서린 오피가 촬영한 룩북 속 확장된 가족의 사진처럼 컬렉션의 각 요소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공유된 미학적 언어로 묶여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룩북 속 이야기는 구찌의 뿌리를 상징하는 모노그램 트렁크 ‘L’Archetipo’에서 시작해 37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이어진다. 라 콘테사, 라 디바, 드라마 퀸, 플로라, 파티보이, 안드로지노, 나르치스타, 인트로베르소 등의 캐릭터는 구찌 특유의 여유와 캐주얼한 웅장함을 품고 있다. 파멜라 골뱅은 “발렌시아가에서 뎀나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중심에 두었다면, 구찌에서는 하나의 가족 전체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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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프란친, ITS 콘테스트 창립자

바바라 프란친(Barbara Franchin)은 “나는 늘 뎀나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이번 그의 ‘구찌 가족들’은 그 능력을 분명히 보여주며 아이러니와 레트로 섹시함이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접근으로 완성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카이브 오마주를 넘어 강한 어깨, 드라마틱한 실루엣, 충돌하는 소재들이 눈에 띄며, 무엇보다 패션이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한다는 뎀나의 철학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일부 룩은 편안하지만 어떤 것은 불편함을 주며, 이는 아직 혁명은 아니지만 앞으로 일어날 것들의 증거를 찾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내 눈에는 여전히 2004년 ITS 콘테스트에서 ‘올해의 컬렉션’을 수상하던 청년 뎀나가 보인다. 강렬함과 시, 세상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시선은 그대로지만, 이제는 개념적 도발과 기술적 성장을 거쳐 실제 삶 속에서 기분 좋게 입을 수 있는 옷, 감정과 즐거움, 놀라움을 담은 옷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는 구찌뿐 아니라 뎀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방향이다. 뎀나에게 패션은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컬렉션에 10점을 준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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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스 가르키노스, Covet by Christos CEO

크리스토스 가르키노스(Christos Garkinos)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번은 구찌에서의 뎀나의 미래를 예고하는 티저에 가깝다. 최종적인 방향 선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지난 구찌 디렉터 톰 포드,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리고 뎀나 자신의 발렌시아가 DNA까지 명확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모두를 위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는 점이 첫 컬렉션의 요지다”라며, “앞으로 어떤 캐릭터가 구찌의 내러티브로 발전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뎀나의 1960년대 터치가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룩 2는 단연 돋보였다. 검은 스타 가운은 벌써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서 클라이언트를 위한 ‘예약 경쟁’이 시작됐을 정도다. 뎀나는 과감하게 모든 카드를 드러내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관객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패션에서 가장 영리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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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반 하우테, Tagwalk CEO

알렉산드라 반 하우테(Alexandra Van Houtte)는 이번 컬렉션이 구찌의 서로 다른 세 시대를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톰 포드 시절의 블랙 크록과 섹시한 무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플로럴과 깃털 장식 롱 드레스, 그리고 뎀나가 더한 시퀸과 짧은 인조 퍼 코트가 그것이다. 이러한 차용은 단순한 스타일의 재현을 넘어 태도와 문화적 층위까지 포괄하며, 데뷔 컬렉션 전반에 뎀나의 손길이 강하게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뎀나가 구찌의 역사와 DNA 속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 캐릭터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룩북이 공개된 지 두 시간 만에, 파리 기반 패션 검색 엔진 태그워크에서는 세 가지 룩이 가장 많이 조회됐다. V자 모티프 인조 퍼 코트 ‘밀라네사(Milanesa)’, 블루 양털 더블브레스티드 코트 ‘슈라(Sciura)’, 레오퍼드 블라우스와 매치된 블랙 수트 ‘갈레리스타(Gallerista)’가 그것. 24시간 후에도 ‘밀라네사’와 ‘슈라’가 여성복 상위권을 지켰으며, 호랑이 모티프의 ‘라 봄바(La Bomba)’가 3위에 올랐다.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는 블랙, 이브닝웨어, 하이넥이었다. 남성복에서는 ‘너드(Nerd)’, ‘나르치스타(Narcisista)’, ‘인트로베르소(Introverso)’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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