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PRADA
프라다의 2026 봄 남성복 쇼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꽃 모양의 카펫과 새소리, 방울 소리를 더한 유토피아적인 무대로 펼쳐졌다. 셔츠와 블루머, 보트넥 스웨터 등은 자유로운 조합으로 등장했고, 밀짚모자나 보트슈즈 같은 디테일이 룩에 위트를 더했다.
너디하면서도 경쾌한 무드가 쇼를 이끌며 카키와 라벤더, 레드와 스카이블루, 핑크 같은 신선한 색 조합이 이어졌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쇼 직후, “지금 세상의 공격성과 권력, 추함에 반대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이 컬렉션이 진정성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VIVIENNE WESTWOOD
안드레아스 크론탈러(Andreas Kronthaler)는 ‘댄디(dandy)’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밀라노 산 바빌라에서 열린 이번 쇼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17년 이후 첫 독립 남성복 프레젠테이션이자, 밀라노에서 선보인 첫 단독 쇼였다. 크론탈러는 이번 컬렉션에서 할머니의 옷장과 럭비 유니폼, 1993년 나오미 캠벨을 넘어트렸던 악명 높은 플랫폼 힐을 하나로 융합하여 기묘하고 유쾌한 댄디즘을 펼쳐 보였다.
복근과 체모를 드러내는 구멍 뚫린 전신슈트를 비롯해, ‘Chaos’, ‘Motherf–ker’ 같은 단어가 쓰인 네크리스와 풍성한 벌룬 소매 코트에 구두와 클러치백, 그리고 풍성한 수염까지. 성별의 경계와 관습을 넘나드는 룩들이 다채롭게 이어졌다. 예측 불가한 아이템들로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비비안 웨스트우드 특유의 반항 정신과 펑크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GIORG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밀라노 남성복 쇼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의 시그니처인 여유로운 테일러링과 우아한 캐주얼 스타일은 런웨이 곳곳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쇼장은 마치 끝없는 바다의 수평선처럼 펼쳐졌고, 벽면을 따라 놓인 식물들과 파도 형상의 조각들이 시각적 청량감을 더했다. 실크와 가죽, 왁스 처리된 리넨 등 다양한 소재가 풍성함을 더했으며, 액세서리로는 엠포리오와 연결된 카펫 백과 데저트 부츠가 눈에 띄었다. 컬러는 아르마니 특유의 그레이지와 토프에서 시작해, 사막빛의 탠 컬러, 그리고 부겐빌레아와 사이클라멘처럼 지중해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생기 있는 색들로 흐름을 이뤘다.
이번 시즌에는 남녀 커플이 함께 런웨이에 등장하며, 버뮤다 팬츠나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같은 아이템의 성별을 아우르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디자이너를 대신해 피날레 인사를 맡은 레오 델 오르코(Leo Dell'Orco)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유산을 지키며, 그 정통성과 감성을 세련된 방식으로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