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다 스윈튼, 패션: 이브 생 로랑, 레이캬비크, 2011 ©Tim Walk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틸다 스윈튼, 패션: 이브 생 로랑, 레이캬비크, 2011 ©Tim Walk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올가을, 암스테르담 아이 필름뮤지엄에서 틸다 스윈튼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개최된다. 뮤지엄 75년 역사상 단일 아티스트의 창의적 영향력에 이처럼 폭넓게 집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영회·퍼포먼스·라이브 토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틸다 스윈튼이 매달 직접 현장을 찾아 관객과 만날 예정이며, 전시는 9월 28일 개막해 내년 2월 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의 저명한 패션 역사가 올리비에 사이야르가 참여한다. 그는 “꾸밈없이 스윈튼은 남자가 될 수도, 소년이 될 수도, 여자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가장 동시대적인 존재로, 단순한 배우의 지위를 넘어 저자의 자리까지 나아간다”고 평가했다. 사이야르는 아티스트 카테리나 젭을 통해 처음 스윈튼과 인연을 맺었으며, 보존상의 이유로 착용할 수 없는 파리 갈리에라 패션 뮤지엄 소장 의상들과 함께 대규모 전시를 꾸밀 것을 제안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윈튼과 함께 며칠간의 세션을 기획, 그녀가 착용한 레드카펫 드레스, 세례식 의상, 가족 대대로 내려온 유품 등 개인 소장품을 공개하며 그 안에 담긴 기억을 풀어내는 과정을 선보일 예정이다.

1991년, 재클린 루카스 팔머가 포착한 틸다 스윈튼. ©Jacqueline Lucas Palmer/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1991년, 재클린 루카스 팔머가 포착한 틸다 스윈튼. ©Jacqueline Lucas Palmer/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1990년, 데릭 저먼이 촬영한 틸다 스윈튼의 영상 스틸컷. © James Mackay/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1990년, 데릭 저먼이 촬영한 틸다 스윈튼의 영상 스틸컷. © James Mackay/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이번 퍼포먼스는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철저히 사실적일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스윈튼이 자신의 옷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가며 그 속의 기억을 관객과 나눌 것이다. 그녀의 독특한 체형은 숭고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화장기 없는 얼굴로 젊은 여성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실적으로 노인의 모습을 구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도 대거 힘을 보탠다. 사진가 팀 워커를 비롯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짐 자무쉬, 조안나 호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루카 구아다니노 등이 특별한 오브제와 설치작업을 기증했다. 호그는 스윈튼의 1980년대 런던 아파트를 재현하고, 구아다니노는 단편 영화와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고(故) 영화감독 데릭 저먼이 남긴 그림과 스윈튼에게 선물한 각인 거울, 팀 워커가 그녀의 가족 저택에서 촬영한 새로운 사진 시리즈도 전시에 포함된다.

짐 자무쉬의 영화 '더 데드 돈트 다이' 속 틸다 스윈튼. . ©Frederick Elmes / Focus Features
짐 자무쉬의 영화 '더 데드 돈트 다이' 속 틸다 스윈튼. . ©Frederick Elmes / Focus Features

스윈튼은 지금까지 9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으며, 수많은 패션 화보와 전자 음악 듀오 오비털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카라바조〉, 〈카프리스〉, 〈더 수베니어〉, 〈디 이터널 도터〉를 비롯한 40여 편의 대표작이 상영된다.

박물관 관장 브레흐터 판 데르 하크는 “스윈튼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다양성이 그녀를 집단적 시각 문화 속 중요한 인물로 만든다”며 “그녀는 상징적 외모와 무궁한 재능을 넘어 협력적 파트너로서 창의적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윈튼은 영화 제작을 장기적인 협업과 교류의 과정으로 여기며, “영화란 본질적으로 몇 명의 친구와 카메라”라는 철학을 공유한다. 그는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을 확장하고, 언제나 다른 이들을 창작 과정에 참여시킨다.

2024년, 스코틀랜드에서 올리비에 사이야르와 함께한 틸다 스윈튼.© Ruediger Glatz/Courtesy of Eye Filmmuseum
2024년, 스코틀랜드에서 올리비에 사이야르와 함께한 틸다 스윈튼.© Ruediger Glatz/Courtesy of Eye Filmmuseum

판 데르 하크는 “스윈튼이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는 1+1이 3이 된다”며 “그녀는 기획자이자 발전가로서, 수십 년간 방대한 작품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차가운 매혹을 발산하지만, 현실에서는 따뜻하고 열린 성품으로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광활한 자연 속에 선 틸다 스윈튼. ©Sandro Kopp, 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광활한 자연 속에 선 틸다 스윈튼. ©Sandro Kopp, Courtesy of the artist and Eye Film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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